여행지에서 즐기는 취미생활
여행지를 더 특별하게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까?
기념품을 사는 것이 하나가 될 수 있고,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이 하나가 될 수 있다.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평소에는 잘 머물지 않았던 호텔에 머문다든지, 잘 못 먹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마사지를 받거나 크루즈를 타거나 축구 경기를 직관하거나 좋은 공연을 보거나 등등. 일상 생활 속에서 혹은 한국에서 잘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여행지를 더 특별하게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나는 몸을 움직여서 한 경험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체험같은 것들.
2013년 여름, 오키나와에서 스노쿨링을 체험한 적이 있는데, 나는 여전히 바다 밑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 때의 오키나와 바다를 떠올리고는 한다.
내게 발리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요가'이다.
2019년 처음으로 발리를 방문했을 때, 나는 우붓에서 일주일 동안 매일 요가수업을 들었다. 마침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요가에 다시 재미를 붙이고 있던 때였다. 우붓 정글의 새소리 그리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하는 요가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하는 요가보다 더 집중도가 높았고, 자연과 연결된 느낌이 들어 호흡도 더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웠다.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야외가 보이는 스튜디오라도 전부 차나 높은 빌딩 밖에 볼 수 없고, 탁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야외와 연결된 발리의 요가 스튜디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2020년 다시 방문한 발리에서 코로나 때문에 요가 스튜디오는 다 문을 닫았지만, 발리의 자연을 배경으로 해변과 우붓 논밭이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의 발코니에서 홈트레이닝을 했다. 지금도 나는 요가를 하면 발리의 자연 속으로 다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매일 아침 7시에 눈을 뜨면 공복에 하던 요가 1시간. 신기하게도 발리의 자연은 나에게 이런 루틴을 만들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스케이트'에 빠졌다.
스케이트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타 본 게 손에 꼽힐 정도였는데, 눈이 펑펑 오는 북유럽에서는 겨울 스포츠란 전국민이 즐기는 놀이 정도였다. 남녀노소 각자의 스케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언덕이 있는 공원에서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고, 눈 쌓인 시내 거리에서는 부모님들이 썰매에 자녀들을 태우고 유모차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스케이트 대여도 포함된 겨울 시즌권이 약 7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고, 12월부터 스케이트장이 문을 닫는 3월까지 나는 거의 매일 스케이트를 탔다. 돌이켜보면 에스토니아에서의 지출 중 가장 현명하고 경제적인 지출이었고, 덕분에 나는 운동과 취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타는 스케이트는 며칠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했지만 1~2주가 지나자 금세 신나게 탈 수 있었고, 스케이트장 직원들과도 매일 얼굴을 마주치다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초등학생일 때도 겨울에 매일 스케이트를 타지는 않았는데, 락다운 기간에도 문을 닫지 않던 스케이트장이 얼마나 고맙던지.
몸으로 익힌 행위의 힘은 크다. 나는 발리의 일부를 요가로, 에스토니아의 일부를 스케이트로 기억할 것이다. 요가를 하면 발리를 떠올리고, 스케이트를 타면 에스토니아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단순한 경험보다 취미와 같은 반복적인 행동들을 여행지에서 하나라도 지속하게 된다면 그 행위를 할 때마다 그 여행지가 생각나고, 여행지가 나에게 지니는 의미는 더 반짝반짝 빛날 것이다.
그래서 다음 여행지에서도 나는 무엇인가 새로운 취미를 만들 것이고, 그 곳을 또 그 취미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