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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Oct 01. 2021

겨울이 되면 생각이 나는 나라

에스토니아에서 겨울났던 썰풀기

나는 추운 날씨를 싫어한다. 

그럼에도 코 끝이 시려워져오는 계절이 시작되면 그리워지는 나라가 있다.

바로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올드타운



한국의 좋은 점이자 싫은 점은 사계절이 있다는 점이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네 가지 계절이 뚜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이다.

추석이 지나자 날씨는 기다렸다는 듯이 선선해졌다.

아침 저녁으로는 걸칠 겉옷이 필요하게 되었고, 일교차 덕분에 낮에는 또 얼마나 따뜻한지. 곡식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 코 끝도 조금씩 시려워 오기 시작했다.

비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환절기, 특히 따뜻한 날씨에서 추운 날씨로 넘어갈 때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바로 코와 목이 조금씩 막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환기를 하기도 힘들어지니 먼지 덕분에 코는 더 막히게 될 것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가래 끓는 소리부터 내야할 것이다. 감기는 또 얼마나 잘 걸리는지.

하지만 이건 내가 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 무수한 이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내가 겨울에 북유럽 행을 단행했다.

겨울에 추운 나라를 여행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참 춥다는 1월을 일본 삿포로에서 생활해보았고, 회사를 다니면 늘 그렇듯 긴 휴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설날, 추석, 연말 정도 밖에 없기에 연말에 영국이나 북미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 카운트다운을 즐기기 위해 떠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장소는 북유럽, 그리고 3개월이라는 기간은 나에게 꽤 모험과도 같은 결정이었다.


내가 에스토니아 행을 단행한 이유는 갈 수 있는 나라가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하기에는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은 강력했고,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안전한 곳을 찾다보니 선택지는 꽤 좁혀졌다.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여야했다.

여권 파워에서 당당히 3위권 안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여권으로도 갈 수 없는 나라는 많았던 2020년 겨울이었다. 그래도 여행하는 삶을 지속시키고 싶었던 나에게 해외에서의 생활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영어가 통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가 약하고, 대한민국 여권으로 입국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별도의 비자가 필요없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에스토니아였다.


준비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금이야 입국할 수 있는 나라도 꽤 늘었고, 백신이라는 안전체계망도 있고, 백신여권을 비롯해 이제 곧 국경의 장벽이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으며, 특정 업무와 개인적으로 중요한 사정이라면 출입국이 다양한 형태로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때만 해도 '겨울에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와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유행할 것이다.', '야외 생활을 못하니 실내 전파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등등 코로나 바이러스의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 국경봉쇄와 움직임의 자유는 꽤 제한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에스토니아 행이라니,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러 다닐 것이냐.'라는 의견부터 '도대체 왜 가는지 모르겠다.'는 주위의 만류가 잇달았다. 

비행기 준비와 마지막까지 정말 비행기에 탈 수 있는지, 정말 입국할 수 있는지는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비행기에 쉽게 탈 수 있었으며, 독일을 경유할 때 받은 EU 입국 심사 외에 나를 힘들게 만든 것은 없었다. 생각보다 쉽게 숙소도 구할 수 있었고, 비행기의 결항도 없었다.

순탄하지 않았던 건 결국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들과 나의 걱정 뿐이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겨울의 추위를 이긴 나의 여행 욕구. 그렇게 나는 2020년 그리고 2021년 새해에 걸친 한겨울을 에스토니아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 당시, 24개의 나라와 55개의 도시를 여행하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북유럽. 북유럽 하면 흔히 떠올리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가 아닌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인 에스토니아가 나의 첫 북유럽 나라였기에 나는 더욱 더 선입견 없이 에스토니아의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고, 지금에야 겨울이 되면 생각이 나는 나라가 될 정도로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한국에서는 시작될 추위와 함께 에스토니아에서의 추억을 적어내려가기러 마음 먹었다.



지금부터 써내려갈 글들은 그저 해외여행을 그리워하고 또 해외에서 생활하는 매력에 매료되어 여행하는 삶을 지속하고 싶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의 의미와 욕구에 의거해 행동했던 이야기임을 미리 적어두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참 유행할 때 해외에 있었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주는 것은 여기서는 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리고 모든 나라도 다 충분히 힘들었다.


그리고 이 여행기는 지금,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다시 몰두하고 싶지만 조금은 힘 없고 나약한 나에게 나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위해 내가 행동했던 경험을 다시 일깨워주며, 힘을 내라고 용기를 주고 싶어 적는 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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