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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마리 Oct 12. 2021

당신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우리가 게임을 해야하는 이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정말 인기다.

케이블 티비는 물론 OTT 서비스 또한 시청하지 않는 우리 엄마가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보냐고 물을 정도니 말이다.


온통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마케팅 문구와 컨텐츠도 눈에 띈다.

쇼핑몰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대신 '혜택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구로 세일행사를 알리고, SNL에서는 '갑오징어 게임'이라는 코너로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했다.

외국에서는 달고나 판매가 급증하고, 대학교 캠퍼스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쳤더니 다들 얼음이 되는 신기한 광경까지 숏폼 영상으로 업로드 된다.

올해 할로윈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킬 코스튬은 분명 오징어 게임의 초록색 체육복와 빨간색 제복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과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D★P'가 생각보다 재미없었던 나는 (아마, 군대 이야기에 전부 공감하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자마자 바로 시청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혹시나 'D★P'처럼 생각보다 재미없을까봐 얼른 보고 치워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어렸을 때 하던 놀이들을 나열해서 순차적으로 에피소드를 풀어내가는 방식과 현실이 지옥같아 오징어 게임을 선택한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 지금의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금방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었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서 한국 컨텐츠가 이렇게도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서사나 배경 없이도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성과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문화나 가치관을 특별히 공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컨텐츠라는 점에서 전세계의 대중은 열광하게 되는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을 단순한 일상의 사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드러날 수 있게 감정선을 표정 하나와 몸짓 하나로 심오하게 표현하고, 장면 하나하나를 촘촘히 연결시키는 연출과 CG, 음악 등등. 한국의 컨텐츠는 한국 라면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적이면서도 온갖 맛있는 맛의 집합체와 같은 맛이다.



삶은 계란과 사이다만으로는 부족해 새치기를 하고 그걸 누군가는 고발하고 그것으로 인해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에는 밤에 서로가 서로를 자발적으로 죽이기까지 하는 사건. 

사람이 죽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관이 들어오고 돼지 저금통에 돈이 떨어지는 장면. 

기훈이 어르신의 치매를 핑계로 구슬치기 게임을 하면서 어르신을 계속해서 속이는 이야기.

미녀가 덕수를 끌어안고 뛰어내리는 장면.

결국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하는 오징어 게임이 그저 누군가에게는 경마와도 같은 게임이라는 것. 

이런 에피소드들이 내가 라면과도 같은 맛을 느꼈던 에피소드들이다.



마지막화에서는 어르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어르신과 기훈은 또 내기게임을 한다.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은 사는 게 재미가 없다."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어르신은 게임의 결과를 봤는지 안 봤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신도 봤지? 당신이 졌어."라는 말과 함께 기훈은 어르신의 죽음을 보고 뒤돌아선다.




어르신은 꼭 게임을 해야만 했을까?

어르신은 기훈과 같이 게임을 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친구들이랑 뭘하고 놀아도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어린시절처럼.

그런데 어르신은 오징어 게임의 다른 참가자들처럼 게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일도 돈을 따야할만큼 절박하지도 않았다. 어르신은 그냥 어린시절의 순수함,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그리웠던 것은 아닐까. 그 순수한 마음을 찾기 위해 너무나도 현실적인 돈이라는 결과물을 세팅한다는 것은 참 잔인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오징어 게임 속 게임 밖의 현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지만, 게임이 점점 진행될 수록 게임 안도 밖도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게 돈을 위해 경쟁하는 삶.

결국 돈을 차지하고 나간 기훈은 죄책감 때문인지 무슨 감정 때문인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기 전과 별다르지 않은 생활을 한다.



너무 동화스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혹은 돈이 하나도 없어보지도 돈이 너무 많아 보지도 않아서 모르겠지만, 사는 것의 재미는 돈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이 그 정도로 돈 때문에 각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는 것의 재미란 친구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오늘 내가 회사에서 성공적으로 마친 프레젠테이션 한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따뜻한 이불을 덮은 수 있는 순간에,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으로 인해 느끼는 계절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르신은 결국 게임 안에서 죽었다. 기훈과의 내기게임 안에서.

나는 어르신이 게임으로 도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이 아니면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중독에 빠진 사람처럼.

그래서 나는 정말 어르신이, 기훈이, 상우가, 새벽이, 알리가, 덕수와 미녀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는지 '오징어 게임'을 두 번째 보고, 생각하게 되었다.



돈 때문에 우리의 몽글몽글한 마음이 죽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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