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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랜 이상형은 단연코 스파이크 스피겔이었다. 음악, 작화, 스토리, 캐릭터, 모든 것이 완벽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
초록빛이 살짝 감도는 흑발의 꾸안꾸 곱슬머리, 잘생김을 무심한 듯 턱 하니 걸친 얼굴, 9등신은 되어 보이는 길쭉한 팔다리, 싸움은 또 오죽 잘해? 귀찮은 듯 느긋하게 움직이지만, 어느새 상대의 멱을 따는 초특급 발차기, 목소리는 또 어떻고? 역시 인생사 장비 빨이오. 안 그렇소?
여기에 눈빛 만은 순애보야. 쥬리엣또, 마이 러브.
그가 나를 부르면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겠... 이렇게 시작된 내 20대의 2D 연애. 찐으른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원래 2D에 맛 들이면, 3D 연애에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법이라고.
실사 영화화된다는 얘기는 참 오랫동안 있었지만, 기억하건대 나는 몇 년 전(2017년) 키아누 리브스가 스파이크 스피겔로 분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무릎을 쳤었다.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꽤나 핏이 잘 맞는 캐스팅 같았으나, 영화화 준비는 더디고 키아누도 늙음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존 윅의 성공도 한 몫했을지 모르지. 한 때 전설적인 킬러였던 중년의 키아누는 인생의 유쾌함이라고는 쏙 뺀 더럽게 강한 늙은이로 존 윅을 연기한다.
카우보이 비밥의 영화화는 이후 돈 많은 넷플릭스가 제작을 맡으면서 아마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존죠(John Cho)가 주인공을 맡았다.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사실 외모만으로 보면 강동원이나 (고)미우라 하루마(三浦 春馬)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어울리는 다리가 길고 얇은 파다.
캐릭터로만 보면, 심연에 극복할 수 없는 슬픔을 가둔 채 풍류를 아는 늙은이로 나이를 먹을 것 같은 그런 부류. 캬.. 이를테면 슬램덩크의 윤대협 같은 캐릭터다. 내 최선호 캐릭터들이지.
넷플릭스에서 카우보이 비밥 실사 영화가 론칭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뭐든 자본력으로 우주로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OTT 놈들 아닌가.
물론, 그전에 예전 애니메이션을 천천히 다시 보는 것도 잊지 않았고, 나는 또 울고 말았지.
엔딩 테마 곡인 더리얼 포크 블루스(The Real Folk Blues), 야마네 마이(山根 麻以)의 압도적인 목소리도 여전하다. 나는 이 노래를 밤새도록 외워서 노래방에서 불렀었다.
현재 실사 시리즈 1편을 보고 있다. 우리 존조 형님, 느낌 아니까. 얼추 비슷한데? 늙어버렸지만. 뭐, 스파이크도 3D로 재탄생한 이상 나이 먹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 그렇게 담배를 멋있게 펴 대면, 빨리 늙을 수도 있다는 공익적 내용도 담아 주고.
아.... 이건 나 보라고 만든 거네. 노렸네 노렸어.
일단 다 보고 얘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