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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리 Mar 28. 2022

오미크론 체험기

드디어 걸려들었군. 

확진자가 어느새 누적 1천만을 넘었다. 나도 걸렸다.  


도대체 어떻게 걸린 것인지는 짐작 가는 몇 가지 이벤트들이 있으나, 어떤 하나를 특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마, 그 모든 자잘한 이벤트들의 합으로 인한 결과물이겠지. 


그날 우연히 들어갔던 홍대의 술집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오랜만에 느낀 젊음의 열기에 흥분한 나는 이거 정말 위드 코로나네요 라며 동행들에게 주책스런 너스레를 떨었던 것이다.


이후 꽤 많은 비를 맞으며 한 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 것도 병을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술도 한잔 한 김에 기분이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이때 함께 있었던 4명 중 나를 포함한 2명이 확진을 받았다.) 


그다음 날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틀 후 아침. 슬슬 으스스한 느낌이 들면서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린 듯 불쾌한 느낌, 이른바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느낌 싸한데. 


이런 쎄~한 느낌 알죠? 그렇다. 그것은 내가 40년을 넘게 살아오며 무식적으로 축적한 빅데이터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다. 뭔 일 났다. 이거. 


목이 이상한데. 너무 무리했나. 일단 하루를 집에서 견디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 잘 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자. 불안과 통증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병원으로 달려갔다. 


목이 좀 안 좋은데, 같이 있었던 분이 확진이라 왔습니다.라고 했더니 의사가 목은 아주 살짝 부은 것 같다고 한다. 오른쪽 콧구멍이 더 넓기 때문에 검사는 이 쪽으로 하겠다며 막대기를 쑤셔 넣었다. 친절하다. 


15분을 기다리라고 하여 나왔는데, 5분도 안돼서 다시 내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한 의사는 다급하게 확진을 선고한다. 


이럴 수가. 내 가요? 


주변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지만, 별것 아니 라들 했다. 그러나 나는 강철체력의 소유자로 상당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그런 내가 고작 오미크론에 자빠지다니. 자괴감이 몰려왔다. 


5천 원 검사비를 내고 확진을 받은 나는 자가격리 인쇄물을 받고 바로 1층 약국에서 7일 치 약을 무료로 처방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격리에 들어갔다. 


오후에 보건소에서 당신은 확진자라는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격리를 했을 때는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이제는 문자 통보로 바뀐 모양이었다. 


몇 년 만에 감기 비슷한 증상을 앓게 되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목이 아팠다. 밤에는 더욱 심해져서 잠을 자기 힘들었다. 4일째까지 어떻게든 나아보겠다고 약 먹고 차 마시고 소금물 가글 하고 별 짓을 다했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지기만 하고 목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잠을 못 자니 신경은 예민해지고 기력은 떨어지고 입맛은 없고. 이러다가 혹시 내가 그렇게 원하던 다이어트에 성공해 버리는 것 아냐?라는 묘한 승리감이 밀려왔다.


4일째 아침, 병원에 다시 전화를 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열심히 설명했다. 더 심해지고 있다. 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잠 좀 잘 수 있게 해 주세요. 제발요. 


새로운 처방전이 나왔다. 더 센 약과 함께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수면제를 먹고 3시간을 실신한 듯 잤지만, 가슴 답답함 때문에 아침까지 고생했다. 이번에 먹는 약은 나를 재우기로 작정한 약인지 먹기만 하면 졸려서 계속 드러누워 있었다. 


6일째 아침, 더 심해졌다. 불안과 불면에 잠식당했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내가 이렇게 아플 몸이 아닌데. 약해 빠졌군. 낫기만 하면 아주 혹독한 체력 훈련에 들어가야겠어. 사실 나는 3차 백신을 맞은 직후에도 이틀을 드러누워있었다. 


6일째 오후, 어째 컨디션이 좋아졌다. 으음? 나 혹시 이거 다 나은 거 아냐? 맞는 거 같은데? 갑자기요? 


끝을 알 수 없던 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 마침내 햇살이 눈부신 출구를 맞닥 드린 것 마냥, 그렇게 갑/자/기 다 나아버렸다. 신기하다. 


여전히 피로감이 남아 있다. 재밌는 것은 입맛이 달라진 것 같다. 아니, 입맛이 없다. 살면서 내가 이런 적이 있었나? 쓴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진달까. 뭘 먹어도 예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변한 것인지 그들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격리 해제 3일 후 다시 병원에 갔더니 축농증이 생겼다고 한다. 목에 아직 이물감이 있지만 통증은 없다. 일상으로 돌아오고 보니 참 행복하다. 건강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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