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Driver Saito
이전 편: 1화, Life! Here I come 네가 가라 하와이
아 참, 제가 호노룰루 공항에서 언니 집으로 올 때 우버 부른 이야기 했었나요? 미국에서 택시는 팁도 계산해야 되고 복잡해서 우버 부르는 게 편했는데요. 프로필에서 보니 동양인 얼굴에 이름은 사이토 Saito. 일본 이름이었어요.
꽤 깨끗한 차가 왔습니다. '헬로'에서 알았죠. 여기 사람은 아닌 게 확실했어요. 대게는 일본에 있고, 일 년 중 3-4개월은 하와이에 와서 우버 기사를 한다는군요. 일본인들의 하와이 사랑은 워낙 유명 하긴 하지만, 그렇게 살기로 했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전 9-6시 회사 다니는 것 이외에는 해본 것이 없었거든요. 꽤나 안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으니까요.
사이토 씨는 일본 후쿠오카시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인 소품 샵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년째 그 친구랑 번갈아 가면서 하와이에 오고 있다고 해요.
아니, 도대체 이건 합법적인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뭐 한번 볼 사람인데 그런가 보다 했죠.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휴양지에서 운전수를 하며 돈도 벌고, 서핑도 하고, 여행을 하고. 그 보다 연중 관광객들이 넘쳐서 꽤 돈벌이가 된다는 거예요. 단골도 많데요.
솔직히 그가 부러웠어요. 나와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과, 또 열정적으로 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 의 태도가.
그러나 제 의식의 흐름은 아니나 다를까 오지랖으로 흘러가더군요. 틀림없이 결혼은 하지 않았을 거야. 가정이 없으니 저렇게 살지. 저런 삶이 지속 가능할까. 늙어서 어쩌려고 그러지. 그러다 흠칫했죠. 지 인생은 엉망인 주제에 남의 인생을 멋대로 살아보고 판단하고 있다니. 여기까지 와서 꼰대 짓을 할 거면 다시 돌아 가지 그래?
사이토 씨는 짧은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젊은이였는데, 윈디시티의 김반장 느낌이었어요. 제가 웬일인지 콧수염 있는 남자에게 약하거든요. 외모 호감도 10% 상승. 하와이 햇볕에 잘 익은 건강한 피부의 청춘이 삶의 에너지를 가득 채운채 운전에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나도 여기서 우버 기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근데 난 운전을 못해요. 운전면허는 2년 전에 땄습니다. 3번 만에 합격했죠. 그 뒤로는 운전대를 잡아 본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 운전을 배우러 가서 왼발은 액셀에, 오른발은 브레이크에 놓고 스텝을 밟았던 사람이란 말입니다. 선생님이 기겁을 했어요. 전 태어날 때부터 마음만은 F1이었던 거예요. (사실, 몰랐습니다. 한 쪽발만 쓴 다는걸)
운전도 못하는 주제에 휴양지에서의 운전쯤이야 별게 있겠어?라고 얕잡아 봤습니다. 난 꽤 교통체증과 보복운전이 생활화된 동네에서 온 사람이란 말이야. 하며 서울 부심을 부려 보았죠. 하지만 교통체증이란 하와이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됩니다.
사이토 씨는 내릴 때 제 짐을 트렁크에서 직접 꺼내 주더군요.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나는 나중에 앱에서 팁을 2불 더 주었고요. 굳 럭, 헤버 굿데이를 주고받고 헤어졌죠. 제가 하와이에서 돈을 주고 마주한 첫 번째 친절이었습니다.
내려서 바로 언니에게 전화했습니다. 언니, Here I am!. 타국에서 아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치면 장난 아니에요. 아마 원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더라도 타국이라면 얼싸안을지도 몰라요. 2시간 공항 대기와 10시간의 비행, 까다로운 이미그레이션 절차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나는 언니를 만나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언니랑 폭풍 수다를 떨다가 바로 와이키키로 간 거였어요. 내일은 언니랑 드라이브 간다고 얘기했었죠? 가는 길에 언니 친구 집에 들러서, 친구도 픽업해서 하이킹도 할 거고요. 50% 한국인에 그라피티 아티스트라고 하더군요. 두 군 두군
내일 다녀와서 다시 연락할게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