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산로드, 창이와 타이거와 해피 붓다
'새벽의 나나'에선 카오산로드가 주목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어떤 태국 가이드북을 사더라도 카오산로드는 당당히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왕궁 근처, 폭 10m(눈대중), 길이 1km(눈대중) 정도 되는 이 로드의 양쪽으로는 펍과 기념품 노점과 팟타야 노점이 빽빽하다.
모든 펍이 적당히 지저분한 노천 테이블과 차양과 화장실을 구비하고 있다.
나는 5박6일 일정 중 3일 정도는 카오산로드에 갔고,갈 때마다 다른 펍을 방문해 창이와 타이거 생맥주를 들이켰다.
하루는 가로 세로 30cm 쯤 되는 얇은 천에 그린 그림들을 파는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걸었다.
그림을 설명하는 영어는 짧고 귀여웠는데, 원숭이 7마리가 그려진 그림을 내보이며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세븐 이스 해피, 해피 붓다"
하는 너스레에 넘어가 결국 그 해피 붓다를 사기도 했다.
창이와 타이거를 번갈아 몇잔씩 마시고 화장실을 두어번 들락거리고 취기가 오르면 왕궁까지 슬슬 걸어갔다 다시 돌아와 팟타이를 한 접시 사먹고 하는 하릴 없는 시간들이 좋았다.
카오산을 안 찍은 게 말이 되나...아쉬운대로 어느 야시장 화장실을 향하는 내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