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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예매했다. 줄거리와 장르는 모르지만 제목과 한 줄 카피가 맘에 들어 선택한 공연인데 오랜만의 소극장 나들이가 반가웠다. 입장권은 초대장이 든 봉투였는데 오타가 있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할머니 세 명이 여든이 넘어 한글을 배운 뒤 학교에서 연극을 하는데 과거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 국민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는 이유로 부친에게 따귀를 맞아 청각장애를 앓게 된 할머니가 열다섯의 자신에게 쓴 편지, 처자식을 위해 월남에 파병 간 남편이 보낸 편지를, 글을 몰라 답장을 쓰지 못한 채 남편의 편지만 받다가 전사했다는 마지막 편지를 받고서야 자신이 글을 알아 답장을 썼다면 그 응원에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자책하던 스물의 자신이 떠난 남편에게 쓴 편지, 가족을 위해 남편이 돈 벌러 이웃 도시에 간 며칠 사이, 고열에 시달리는 갓난아이를 업고 1시간을 걸어 찾아간 약방에서 받아온 약에 써진 1일 1회 복용법을 읽지 못해 아이가 울 때마다 여러 번을 먹여서 결국 아이를 떠나 보냈다며 60년간 용서하지 못한 자신에게 쓴 편지까지 각기 다른 사연이었다. 하필 연극내용이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 상처에 대한 얘기여서, 그 편지를 읽으며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고 화해하는 내용이어서 공연 내내 관객들은 눈물을 훔쳐야 했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야 초대장의 의미와 오타를 이해했다. 할머니가 직접 쓴 초대카드 형식이었구나.
나도 내 상처로 인해 자주 마음이 아프고 그 상처에 약을 바르지만 때때로 덧나 울기도 한다. 누구나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안고 산다. 나 혼자만 아프고 외로운 것 같지만 많은 사람이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노년에 글자를 익혀 늦은 편지를 쓰고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는 할머니처럼 외롭고 무서워도 혼자서 견디던, 작고 어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보호받고 싶었는데 혼자 크느라 얼마나 외로웠냐고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고 나에게 다정하게 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