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일주일 동안 매일 꿈을 꿨다. 기억이 찾아와 울었고, 마음이 슬펐고 내 상담 노트는 2장 분량의 얘기로 가득 찼다. 4회기 상담일, 자리에 앉자마자 상담이 많아 오늘은 일찍 끝내야 한다고 했다. 하필 할 말이 많은 날인데 마음이 급해져 한 주간의 상황을 빠르게 꺼내놓으며 시간을 체크했다. 많은 일이 생겼고, 자율권을 침해받았고, 과거의 슬픈 기억까지 떠올라 힘들었다는 내 말에 몇 가지 질문이 따라왔다. 제한된 시간에 마음은 급한데 질문은 뜬금없었다. 원하는 답이 아니었는지 재질문이 들어왔다. 앞선 상담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을 처음인 듯 질문하고 그걸 답해야 하는 상황에 허무가 찾아왔다. 내가 종이를 꽂아 날린 화살이 표적에 가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진 느낌, 투명한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내 말이 그 앞까지 닿지 않은 것 같았다. 상담 중 누군가 문을 벌컥 열더니 빠르게 닫았다. 젖은 눈으로 얘기 중인데 낯선 이와 눈이 마주친 게 좋을 리 없다. 노크도 없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다시 리셋된 느낌이었다. 첫날에도 다음 상담자가 문을 열더니 오늘도 그렇다. 담당자가 팻말을 걸어두지 않았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많은 문장을 꺼내 놓았지만, 시간에 쫓기고 흐름이 끊기고 내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다시 말하는 동안 내 문장이 허공에서 분해되는 기분이었다. 질문할 줄 모르는 거구나. 질문을 잘해야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다. 어려운 질문은 아니나 맥락상 어떤 의미로 묻는지 알 수 없어 생각하게 하는 건 좋은 질문이 아니다. 어느 날엔 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어느 날엔 할 말이 없어 잘하고 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상담자는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 이해했다고 믿는 거구나. 상담 종료 시간을 확인하고 타이밍을 잡는 것도 상담자의 몫이지만 내가 체크하고 있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었는데도 마무리가 안 돼서 내가 알려주며 대화를 급하게 정리했다. 후다닥 챙겨 나오면서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다기보다는 차분해지고 냉정해지며 감정의 동요가 사라졌다. 자격을 취득했다고 모두가 전문가는 아니다. 의사도 환자의 통증을 잘 봐야 명의이고 선생도 학생의 필요를 알아야 교육하고 상담자도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도울 수 있다. 담당자는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하려 했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실력을 쌓는 과정이고 여성의 우회적이고 은유적 표현을 의역하기 어려워하는 남성의 특성이 맞물려 쉽지 않았을 뿐이다. 상담자와 내담자도 잘 맞아야 효과가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