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내 숨을 막는 Dirty cash

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by 마림






돈, 돈, 돈.


나는 공산주의자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이상주의자'라는 말도 너무 거창하다. 그냥 가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남들처럼 적당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평범하게 살기를 소망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얘기하는 '보통', '평범'이 가장 어려운 거야. 평범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알아?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보고 싶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해. 그래서 돈이 많아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만 해."


나는 이내 대답할 의지를 상실한다.


"응. 그렇지. 평범에 필요한 수준의 노력은 반드시 해야만 해. 내가 말하는 평범은 나에게 특별하거나 과한 욕심은 없다는 거야.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좋은 차를 타고 싶다거나, 명품을 사고 싶다거나."


"그건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의 피해의식과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응. 그래.."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다.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라는 명제는 어릴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진부한 질문이다.


누구는 귀천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재능과 노력을 인정받을만한 직업이 분명히 존재한다. 자본주의에서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은 부유함을 누릴 권리가 있고, 존경받고 대우받을 힘이 생긴다.


귀천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던 내가 만족하고 하고 싶은 일이면 괜찮다는 생각. 한때 경쟁률이 높았던 '환경미화원'일이나, 코로나 이후 배달기사 직업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인식의 변화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정답인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항상 돈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이 들 때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볼까?' 고민하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김 없이 찾아온다. 월급이 줄어들면, '그동안의 생활과 많이 달라질 텐데.', '그게 과연 행복할까?' 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들을 머릿속에 남긴 채 흐지부지 넘어갈 때가 많다.


돈이 많으면 무조건 행복할까?


아마 무조건 행복하다는 말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행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맞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돈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막연하게 부럽다는 생각보다는,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배우 장나라 님이 하루에 몇억씩 벌던 때에도 대부분의 수입을 기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돈은 절대적인 양보다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20대 중반쯤, 엄마와 했던 대화를 기억한다. TV를 보며, 선생님과 제자에 관한 스토리를 얘기하다가 학창 시절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유난히 나를 예뻐해 주고, 내가 존경했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반면, 기억이 좋지 않았던 선생님들도 있었다.


"내가 그 선생님 열심히 찾아갔다. 하루는 봉투를 안 가져갔는데, 그날 이후로 계속 전화를 하더라. 네가 학교에서 시끄럽고 말썽 피운다고. 봉투 가져가니까 전화 안 하더라고."


"엄마. 촌지 줬었어?"


"그럼. 엄청 갖다 날랐지."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들도 그랬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도 명예로운 몇몇 선생님들은 단호히 거절하셨다고 한다.


추억이 싸늘하게 오염되는 순간이었다.


사람에게 정말 돈이 가장 중요한 걸까. 돈 앞에서는 모두 가면을 벗게 되는 걸까.


꿈을 좇아 가난한 자들은 그저 현실감이 없는 이상주의자인 걸까.






돈, 돈, 돈.


김밥 한 줄이 5,000원이 넘고, 짜장면 한 그릇이 10,000원에 가까워졌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돈 쓸 일은 너무나 많다. 비싸고 맛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고속버스를 타도, 일반과 우등, 프리미엄의 차이는 엄청나다. 러닝을 하려고 해도, 러닝화가 몇십만 원이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돈이 필요하다.


행복한 일을 하며, 꿈을 좇아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내가 '잘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중에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을 걸까.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당연한 이치인 걸까.

재능이 있는 사람만이 꿈을 좇아야 하는 걸까.

재능이 있고 없고는 해 봐야 아는 것 아닐까.

내 꿈을 좇는 것은 가난해야만 하는 걸까.

돈은 왜 벌어야 할까.

정답이 뭘까.

없어.


내 숨을 막아도,

내 꿈은 막지 마.

Dirty c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