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지독한 약골이었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병에 걸렸고, 수없는 잔병치레를 했다. 운동을 좋아했지만, 늘 넘어져서 까지고 부러지고 다쳤다. 그럴 때마다 약한 몸뚱아리를 원망했다.
운동을 해서 강해지는 방법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약골들에게는 딜레마가 있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 하는데, 운동을 하다가 또 부상을 입는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병에 걸리는 체질은 운동의 꾸준함을 자꾸만 가로막는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을 잃고 다시 느슨해진다. 그 무한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많은 고난과 수많은 노력과 꾸준한 아픔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에는 알고 있어도 힘든 일이 정말 많다.
지난달에 출간 계약과 공저 회의를 위해 대전에 내려가게 되었다. 긴장되고 들뜬 마음을 품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대표님과 식사 예약도 있었고, 내게는 꽤나 중요한 일정이고 이벤트였다. 대전에 내려가던 도중, 교통사고가 났다.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선에서 앞에 있는 버스를 빠른 속도로 들이받았다. 급정거를 했지만, 앞유리가 다 부서질 정도로 세게 부딪혔다.
사고 당시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라는 생각과 '약속에 늦으면 어쩌지?'라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께 일정에 늦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고, 버스를 옮겨 타고 어찌어찌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긴장과 공포감 같은 트라우마를 느꼈지만, 그리 큰 일은 아닐 것이라 여겼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어, 어깨와 목의 통증이 점점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수면에도 더 불편함이 생기고,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읽는 것 또한 더 어렵게 느껴졌다.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는 또 아프구나.'라는 생각이 몸과 마음을 모질게 괴롭혔다.
어깨의 불편함은 이윽고 다른 병을 야기했다. 유행하는 독감까지 걸리게 만들었고, 열이 오르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병을 앓았다. 며칠 후 독감은 치료되었지만, '나는 왜 늘 아픈 것일까.'라는 우울감이 불안한 머릿속을 다시 또 어지럽혔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것 또한 스트레스로 남았고, 중요한 일정에 지장이 가지 않을까,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걱정되고 불안하다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나 자신을 괴롭혔다.
스트레스를 받아 잠을 설친 날이면, 어김없이 컨디션이 안 좋았고, 통증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병든 몸은 정신까지 기어코 병들게 했다.
중요한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며, 다시 내 마음을 주저앉게 만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 늘 아플까. 이리도 허약한 몸뚱아리로 태어났을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았지만, 서글픈 마음이 들곤 하였다.
공기가 차갑다고 느끼거나, 무리를 하거나, 잠을 잘 못 자면, 컨디션이 반드시 안 좋아진다.
어쩌면 내가 아플 것이라고 예상하는 마음이 나를 아프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약함에서 벗어나려 스트레칭을 하고, 미리 약을 챙겨 먹고, 컨디션 관리를 하려 애쓴다. 아픈 것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상황이 찾아올 때면 나약해지고 다시 무너지는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이 내 몸을 다시 힘들게 한다는 무한루프를 알고 있다.
알고 있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건 정말이지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무너질 수는 없기에,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용기를 준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이런 푸념이 행복한 오만일지도 모르니.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할지 모르는 이 진리가 나에게는 유독 더 아프게 느껴진다.
건강하고 싶다. 적당한 체력, 적당한 맑은 정신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더 많은 꾸준함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는 것을 해나갈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끈기와 노력을 가질 수 있기를.
원망하고 주저앉지 않고 끝내 웃으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기를.
세상의 아프고 병든 것들을 가엾게 여기고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갖기를.
그런 여유가 내게 오기를.
마침내 편안해 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