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우리는 sns를 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처음에는 분명 가벼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군인 시절에 스마트폰이 처음으로 나왔고, 그때부터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일상을 구경할 수 있었고 맛집, 패션, 여행지 등 세상의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했다. 싸이월드의 방문자 수와 일촌이 그러했듯,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워와 좋아요가 인기와 영향력의 척도가 되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 나를 과시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행복한 나의 모습을 남겨 공유했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부럽다고 느끼는 것에 여지없이 팔로우를 눌렀고, 좋아요를 눌렀다.
아름다운 것, 행복을 동경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의 순리이지만, 그것은 열등감과 또 다른 결핍을 자아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구나.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나 많구나.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생활 속 깊이 자리 잡은 sns의 영향력은 쉽사리 멀리하기엔 어려웠다. 특히 글을 쓴 이후에는 더욱더 필수적이라 느꼈다.
처음 글을 쓰게 된 플랫폼은 스레드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여러 번 글에 썼지만, 간단히 말하면 나를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 위주의 플랫폼이고, 스레드는 텍스트 위주의 플랫폼이다. 우연히 스레드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어 일기를 쓰기로 했다.
쓰다 보니 점점 할 말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우울, 감정, 관계에 대해 남에게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배설했다. 배설하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가졌던 궁금증이나 생각도 글로 남기기 시작했다. 그 배설은 화장실에서 처럼 혼자 끝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눈으로 읽히고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 내 글을 공감해 주고 자신의 생각을 남기고 팔로우를 통해 관계를 형성했다.
영혼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뜻하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은 글도 더러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조회수와 팔로워 수를 의식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분석을 하고 있었다. 심심한 글과 자극적인 글, 대중적인 글과 사적인 글, 짧은 글과 긴 글. 알고리즘과 취향에 대한 분석을 하며 전략을 세우고 테스트했다.
순간, 자괴감이 들었다. 보이는 것에 회의감이 들고 그 우울감과 염세를 글로 내뱉겠다고 다짐하며 시작했지만, 어느새 보이는 것에 연연하고 있었다.
'초심을 찾아야 하나?'
그러다 다시 생각해 본다.
'보이는 것이 뭐 어때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보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를 표현하는 것도 결국은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 표현도 누군가가 읽어줄 때 의미를 가진다. 내 안에 썩은 생각은 고여있을 때는 구정물이지만, 누군가에게 닿았을 때 단비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나를 브랜딩 하는 전략과 노력은 최소한 자괴감의 영역은 아니다.
나를 드러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복병을 상대한다.
'악플'
연예인이나 겪을 아픔이라고 생각했지만, 악플은 생각보다 쉽고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이런 댓글이 달렸다.
"oo아. 그런다고 여자들이 너한테 안 대준다."
소극적인 남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썼다가 받게 된 댓글이다. 심지어 나의 실명을 거론하며.
수치심이 들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악플보다 내 글을 좋게 읽어주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무시하기로 한다. 무시하기로 하지만 사실 마음에 상처는 남는다.
sns는 피곤하다.
예쁜 사진을 올려야 하고, 행복한 사진을 올려야 한다. 숏츠는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인 소재여야만 하고, 좋아요와 팔로우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이미 고일 대로 고여버린 플랫폼에서 성장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sns를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는 없다. 글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를 어필하고 브랜딩 하는 것은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sns의 역기능을 탓하기보다는, 그 안에서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시기하고 열등감을 가지지 않을 눈을 기르면 된다.
악플로 상처받는 대신에 나와 공감하고 좋은 말을 남겨주는 이에게 한번 더 감사의 말을 남기면 된다.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은 글이니 쉽게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늘 부럽고, 불안하고, 위태롭고, 외롭다.
이 모든 것을 부정하지 말자.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오늘도 sns의 멋진 차를 보며 흉도 보고,
뽀샵이 심한 사진을 보며 의심도 하고,
필력에 비해 높은 팔로워를 보며 시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보며 감사도 하자.
그냥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