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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Apr 24. 2021

자기만의 방

다이소에서 천 원짜리 테이블 매트를 발견했다.


동남아 스타일 매트를 찾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봤던 매트들은 다 가격이 비쌌다. SNS 용으로 올릴 사진에 굳이 비싼 걸 쓰고 싶지 않았다.


가격이 싼 이쁜 매트는 없을까? 그러다 다이소가 생각났다. 딱 내 눈앞에 내가 찾고 있던 연한 갈색의 대나무 느낌 나는 사각형의 매트가 보였다. 가격표에는 천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천 원? 말도 안 돼. 정말 천 원이라고?


옆에 같은 천 원짜리 다른 매트들도 더 있었지만 딱 이 매트가 맘에 들었다.  한 개를 집으면서 순간 고민에 빠졌다. 이걸 집에 가져가면 분명히 엄마가 뭐라고 할 텐데.


그리고 당연히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니 집에 있는 거 쓰면 되지 이걸 왜 또 샀니?






부모님과 함께 살며 집에서 혼자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눈치가 보였다.  


다 큰 딸이 직장도 안 다니고, 밖에도 안 나가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두 눈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주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 때,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을 때, 개인 브랜딩에 관한 영상을 시청할 때도 항상 신경이 쓰였다.


"돈 되는 일을 해야지, 방구석에서 혼자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스스로 죄책감이 느껴졌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불편했다.






어느 날, 마음이 답답해서 노트를 펼쳤다.

오랜만에 버킷리스트나 써볼까? 하며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들을 순서 없이 적기 시작했다.



-홈오피스가 생겼다.

-내 집을 마련했다

(방 2개, 거실, 화장실 2개. 아담한 사이즈)

-창가에 햇빛이 잘 드는 곳









믿을 수 없지만 그 글을 쓴 지 몇 개월 후, 비록 월세에 원룸이지만 나만의 공간이 드디어 생겼다.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회사 근처에 방을 얻기로 했다. 내가 독립을 하게 될 줄이야.



잠재의식 속에서 컴퓨터를 켜놓고 마음껏 글을 쓰는 내 모습을 간절히 원해서였을까?



이사를 하고 난 며칠 후, 아침에 눈을 떴는데 문득 일기장에 써놓은 버킷 리스트가 생각났다.

어디에 썼는지 기억이 잘 안나 페이지를 몇 번이나 넘겨가며 드디어 작게 몇 줄 적은 문구를 찾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직 한 회사에서는 아직도 적응 중이라 집에 오면 바로 쓰러져 잠에 들었다.



주말 아침, 나만의 "홈오피스"에서 카페 음악을 켜놓고 글을 적고 있는 이제야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다.



비록 오늘 날씨는 흐리지만 언젠가는 저 큰 창으로 따뜻하게 해가 내리쬐겠지?



나만의 공간에서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이렇게 설렐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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