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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May 01. 2021

월세를 내기 시작했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직도  1+1 방울토마토 행사를 하는지 확인했다.


다행이었다.


매대에 딱 팩의 방울토마토가 있었다. 며칠 전에는 당연히 있겠지 하고 들어갔는데 다 팔리고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이번에는 누가 놓칠세라 망설임 없이 두팩을 바로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가방에 든 방울토마토를 보자 마음이 너무 뿌듯했다.





어제 집주인에게 첫 월세를 입금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주변에 월세를 내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월급에서 사라지는 그 돈을 어떻게 감당하나 싶었다.


아직까지 부모님과 살고 있어서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밖에 나가 살기 시작하면 절대로 돈을 못 모을 거라는 생각에 독립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었다.





집에서 버스와 지하철로 두 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회사의 면접을 보게 되었다. 먼 거리여서 어차피 다닐 수도 없고 붙을 거라는 기대도 없어서 마음을 비우고 면접에 임했다. 아뿔싸, 그런데 합격을 하고 말았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마지막 회사가 될 수도 있고 이제는 나를 받아주는 곳이 아무 데도 없을 거라는 생각에 일단 출근을 하기로 결정했다.


입사가 결정된 후, 그제야 출퇴근이 걱정되었다. 이 먼 거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근처에 방을 얻어 살기로 결정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2시간이 걸려 출근을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과연 내가 월세를 내며 살 수 있을까? 당장 월급에서 몇십만 원의 돈이 훅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했다. 돈을 모아야 하는데 월세를 내고 나면 얼마까지 생활비로 쓸 수 있을지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출근은 해야 했다.






결국 월세를 내는 대신 덜 사 먹고 덜 쓰기로 결정했다.


가계부를 꼼꼼히 쓰는 스타일도 아니고 숫자에 밝은 편이 아니라 유일한 해결책은 "절제"였다. 다행히 출퇴근길에는 쇼핑을 할만한 곳도 맛집도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월세"를 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카페에 가는 대신 집에 있는다면 커피값도 아끼고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새로 살게 된 이 곳은 신축건물이라서 건물이 깨끗하고 쾌적하다.  집을 보러 다니면서 여러 옵션 중 몇만 원을 더 주고 이곳으로 옮기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퇴근 후 내 방으로 들어올 때마다

기분이 참 좋다.


지친 여행  후 우연히 깨끗하고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은 기분이랄까.


월세를 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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