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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Jun 30. 2022

라스베이거스 레드락캐년으로 향하던 날

레드락캐년 최고의 포토스폿은?


저 멀리 영어로 RED ROCK CANYON이라고 써진 큰 바위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일본인 동료가 차 속도를 천천히 줄이더니 바위 근처에 차를 세웠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열기가 훅 하고 온몸을 감쌌다.










구글맵에 레드락캐년을 찍고 출발한 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도로를 따라 달리고 또 달리자 곧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로만 쭉 나있는 길로 진입하게 되었다.


저 멀리 산 형태의 무언가가도 보였다.



레드락캐년은 어디쯤에 있을까,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다.



창문 밖을 보니 흙 위에 식물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었다. 미국 서부영화에서 본 것 같은 풍경이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황량하지만 왠지 모르게 운치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도로 위에 있으니 넓은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내심 부러웠다.  








차에서 내렸을 때, 이미 몇 명의 관광객들이 바위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본인 동료에게 인증사진을 찍어줄까, 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그가 사진을 안 찍어도 줘도 된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는 이 주변을 보는 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당연히 사진을 찍을 줄 알았는데 안 찍는다니, 순간 의아했다.  여기까지 와서 인증사진을 안 찍는다니.


하지만 곧이어 내 사진은 찍어주겠다고 했다.









바위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 직원처럼 보이는 한 미국 남자가 주변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정말 내셔널지오그래픽 직원일까? 문득 궁금했다. 미국이니까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혼자 추측만 했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 그의 뒷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여행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포토그래퍼가 분명했다.


사진 찍기에 집중하고 있는 이 사람의 뒷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였다.


이미 바위를 차지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포즈, 저 포즈를 해가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아무래도 내 차례가 금방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몇 분 후,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기다린 만큼 나도 여유 있게 바위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바위 옆에 서니 왠지 쑥스러웠다.





내 사진을 다 찍은 후, 일본인 동료에게 다시 물어봤다.


진짜 사진 안 찍어도 돼?  


그가 흠...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갑자기 우리가 운전을 하고 온 도로 쪽을 쳐다봤다.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살펴보더니 갑자기 도로 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다.


오, 그에게도 다 계획이 있었구나.  웃음이 나오는 걸 애써 참았다. 




도로 한가운데에 일본인 동료가 섰다. 나도 카메라를 위치를 바꿔가며 열심히 찍어주었다. 사진을 찍는 내내 혹시라도 뒤에 차가 올까 봐 조마조마했다.


사진을 다 찍고 확인해보니 뒷배경이 정말 "미국"이었다.  바위 옆에서 찍는 것보다 이 사진이 더 멋있어 보였다.


그에게 나도 도로 위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무서워서 도로 한가운데에 서지는 못하고 한쪽에 섰다.




쑥스러움은 잠시 접어두고 두 팔을 힘껏 양쪽으로 벌렸다.


 내 모습이 좀 웃겨 보였는지 일본인 동료가 허허, 하며 웃었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도로 위에서 두 팔 벌려 서있는데

왠지 모를 쾌감이 온몸에서 퍼져나갔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구름을 보니

가슴도 뻥 뚫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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