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주일 후

by 마리

화려한 네온사인을 보니 아 여기가 라스베가스지, 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아침에 전시회장으로 향할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숙소를 전시회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잡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숙소를 출발해서 전시회장으로 향할 때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거쳐야만 했다. 오전에는 거리에는 사람도 많이 없고 빛바랜 느낌의 호텔과 건물들만 쭉 늘어져 있었다.


이랬던 곳이 밤만 되면 탈바꿈을 했다.


여길 봐도 번쩍, 저길 봐도 번쩍거렸다.


낮과 밤의 다른 풍경을 보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만 하고 차에서 내려서 걸어보지 못한 게 살짝 후회가 되기도 했다. 전시회를 마친 후, 저녁에는 너무 피곤해서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다. 빨리 침대에 누워서 쉬고 싶었다.


화려한 불빛 아래를 걷는 기분은 어떨지, 이제야 궁금해졌다.











호텔로 돌아오면 호텔 안에 있는 카지노를 거쳐야 방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내 눈에는 게임기처럼 보이는 거대한 기계 앞에서 캐주얼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집중을 하며 앉아 있었다. 도대체 저런 건 어떻게 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원래 게임 같은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지나가면서 슬쩍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생각했던 카지노는 뭔가 어둡고 은밀한 곳이었는데 이곳에는 사람들이 가족끼리 와서 재밌게 시간을 보내는 유쾌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지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곳을 다녀온 게 지난 다른 출장과는 달리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다시 가는 출장이라서 더 특별했고, 지난 출장과는 달리 내 또래의 동료와 함께 갔다 와서 마음이 편했던 게 제일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전시회 기간 중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출장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한국을 벗어나 미국까지 올 수 있다는 사실에, 그 기회에 참 감사했다.



언제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회사 사무실에서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지난 순간들이 떠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그리워하던 비행기에 탔을 때, 인천공항에서 이륙할 때는 감정이 벅차올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출장이지만 여행 같았던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주일은 그야말로 나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다시 해외에 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떠나게 되었다. 내 평생 갈 수 있을 거라 생각도 하지 못한 레드락 캐년이라는 신비로운 곳도 경험하게 되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아예 내 인생계획에 존재하지 않았고 가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 같은 곳에도 없던 곳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일주일을 보낸 후 한국으로 가기 위해 다시 비행기를 탔다.


창문 밖을 내려다보니 저 멀리 레드락캐년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곧 라스베이거스 사막이 눈앞에 펼쳐졌다.


예전에 본 잉글리시 페이션트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헬기를 타고 끝없이 사막 위를 비행하던 그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내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아 실망했던 날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아 줘서 이런 멋진 경험을 하게 되다니.


한국에 돌아온 후 일상은 예전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무료하고 무기력이 가득했던 날들에 새로운 에너지가 들어왔고 더 늦기 전에,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무언가에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골프라는 새로운 운동도 시작했고 브런치에 열심히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또 다른 세계에 나를 데려다 놓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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