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회의를 시작하기 전, 혹은 발표를 해야 할 때, 나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나는 종종 불안을 느낀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은 상사의 갑질이 심한 곳이어서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심장이 쿵쾅거렸었다.
내가 두려움에 떨어했을 때 그녀는 그저 억울해하며 상사를 못마땅하게 느꼈다.
다른 사람과 의견충돌이 생기면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피하는 편인데 그녀는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였다.
나는 종종 그녀의 씩씩하고 밝은 성격이 부러웠다. 그에 비하면 나는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며 마음을 졸이는 편이었다.
왜 나는 그녀처럼 대차지 못한 걸까, 예민한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녀는 날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털어놓는다.
언제였더라, 나는 꽤나 심각하다고 생각했던걸 그녀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녀가 깔깔거리며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웃은 적이 있다. 그때 속으로 결심했다. 내 이야기는 그녀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그녀 앞에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 이후, 그녀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약속을 잡고 만나러 가기 전부터 긴장이 되었고
만나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다.
예전 직장을 이야기하는 걸 멈추고도 싶었다. 하지만 우리의 연결고리는 그것으로 묶여있었다.
이러는 와중에 문득 김이나 작가의 "보통의 언어들"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중 "선을 긋다"라는 제목의 글이.
"그러니까 선을 긋는 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반대로 남들보다 더 관대하거나 잘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시원하게 트여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라는 사람을 탐험하는 상대방이 판단하는 부분이 된다.
그래서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 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된 기조,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