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과 아이패드를 산지 1년이 흘렀다

by 마리



눈을 뜨니 새벽 4시 반이었다.


5시에 시계를 맞추고 잤는데 30분이나 일찍 일어나다니.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다.


부엌으로 가서 커피포트의 전원버튼을 켰다. 얼마 전 일본여행에서 사 온 커피드립백을 조심스레 컵에 세웠다.


보글보글 끓은 물을 컵에 부으니 연한 커피 향이 코끝에 느껴졌다.








드디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동안 거실에 있는 탁자에만 앉았는데 언젠가부터 골반이 아팠다.


멀쩡한 책상 놔두고 이게 뭐 하는 거지, 싶어서 앉을 수 있는 마음이 들도록 책상을 정리했다.


하지만 책상 앞에는 잘 안 앉게 되었다.


그러길 몇 주가 지났다. 새벽에 일어나서 이번에는 5분이라도 책상에 앉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책상 앞에서 놀고만 있던 허리에 좋은 유명 브랜드 의자에 오랜만에 앉으니 너무 편안했다. 이 좋은 의자를 두고 왜 딱딱한 의자에 계속 앉았던 거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펜을 들고 모닝페이지를 쓰려는 찰나, 책상 한쪽에 놓여있는 맥북이 보였다.


맥북 위로 먼지가 쌓여있었다.


이럴 수가...


안 되겠다 싶어서 티슈로 먼지를 닦아냈다.


바로 옆에는 아이패드가 세워져 있었다. 혹시나 싶어 화면을 켜니 배터리가 딱 1프로 남아있었다.










잘 쓰고 있던 노트북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맥북병에 걸리고 말았다.


맥북 후기에 관한 글과 영상을 보고 또 보며 몇 개월 동안 고민만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작가가 맥북으로 갈아탔는데 키보드 터치감이 너무 좋다고 했을 때 나도 맥북을 사야겠다고 드디어 결심을 했다.


맥북만 사면 글이 뚝딱뚝딱 나올 것 같았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맥북보다 아이패드를 6개월 할부로 먼저 샀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6개월 할부로 맥북을 구매했다.


새벽배송으로 맥북이 도착했을 때의 그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조심스레 포장을 벗겨내면서 역시 애플의 감성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을.



맥북을 가방에 넣고 카페에 갈 때 흠집이 날까 봐 커버도 구입했다.










하지만 맥북을 켤 때마다 인터넷은 어디서 켜는지, 이 창은 어떻게 여는지, 닫는지가 매번 헷갈렸다.



구매기록을 보니 작년 9월,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계속 쓰다 보면 익숙해질 거라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내가 맥북을 쓴 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이패드는 유튜브만 보는 용도로 전략해 버렸다. 아이패드만 사면 드로잉도 해보고 기록도 열심히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기능을 알아보는 게 어렵고 귀찮게만 느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회사에서 쓰는 큰 모니터가 최고였고 집에서는 핸드폰 외에는 다른 기기는 잘 안 쓰게 되었다.



언제였더라, 정말 오랜만에 맥북을 들고 카페에 갔는데 비밀번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몇 번 시도를 하다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맥북을 그대로 집으로 들고 왔다.










이러는 와중에 지금 5년이 된 갤럭시 폰을 뭘로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에어드롭이 되는 아이폰으로 바꿔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이제 나는 나를 안다, 다행히도.


아무리 최고의 도구가 있더라도 이게 모두에게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나에게 최고의 도구는 노트와 펜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면 몸과 마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노트에 한 글자 한 글자 나의 생각을 뱉어내며 정리할 때, 나에게 몰입하는 그 순간에 얼마나 희열을 느끼는지 모른다.









맥북과 아이패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천천히 용기를 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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