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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 Feb 21. 2024

8. 계획이 꼬여도 괜찮은 여행

"도쿄 스테숀 히토츠 오네가이시마~쓰!"


혼자 몇 번이나 연습했던 "도쿄행으로 한 명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장을 드디어 일본어로 말할 기회가 생겼다.


떨리는 마음으로 1300엔 버스 안내창구로 향했다.







비행기가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좌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좁은 기내 통로는 일어난 사람들로 몹시 분주했다. 예전에 입국심사를 할 때 2시간을 서서 기다린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공항에서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이번에는 입국심사장까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가보기로 했다.


입국과 세관신고는 미리 Visit Japan Web으로 출국 전에 다 입력을 해놓아서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드디어 기내 문이 열리고, 앞서가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제치며 총알 같은 걸음으로 총총총 앞으로 향해 나갔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게 너무 싫어서 무조건 냅다 달렸다.


헉헉 거리며 뛰다 보니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드디어, 입국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없었다.


자신 있게 여권과 Visit Japan Web으로 다운로드한 입국 신고 바코드를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더 몰리기 전에 입국신고를 마칠 수 있어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찾을 짐이 없어서 이제 세관신고만 하면 되었다. 공항 내 기계에 세관신고 바코드를 찍으면 되는데 아무리 바코드를 찍어도 에러가 났다. 여권인식이 잘 안 되었나? 싶어서 몇 번이나 여권을 스캔하는 곳에 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러자 연세가 꽤 있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직원분께서 내 옆으로 다가오시더니 등록된 바코드를 보여달라고 하셨다.  핸드폰을 꺼내 보여드렸더니 자세히 보시더니 입국날짜가 잘못되었다고 하셨다.


네?? 그럴 리가요? 속으로 놀라며 그분께는 "아! 아? 스미마셍"이라고 했다. 그분이 내 핸드폰을 같이 보시며 하나하나씩 재등록하는 걸 도와주셨다. 얼마나 친절하게 알려주시는지 정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다. 


공항을 급하게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할아버지와 함께 찬찬히 세관신고 등록을 마쳤다. 


처리가 완료된 후, 허리를 구부리며 그분께 연신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를 외치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분도 방긋 웃으시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해주셨다. 입국할 때부터 일이 꼬이나, 싶었는데 다행히 기분 좋게 입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쿄행 버스티켓 창구 앞에서, 다행히 직원은 내 일본어를 알아들었는지 하이,라고 했다. 내가 바로 크레디트카드를 내밀자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을 해주었다. 


그리고, 직원이 날 보며 뭐라고 일본어를 말을 하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내 귀에 숫자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시간을 보니, 11시 25분. 아마도 11시 30분 출발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가? 싶어서 그냥 "하이, 하이"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도쿄행 티켓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화장실이 너무 급했다. 빨리 뛰어서 갔다 오면 5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까운 화장실로 냅다 뛰었다.


온몸이 다시 땀범벅이 되었다.


11시 29분에 화장실에 나와 정류장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다행히 버스는 아직 도착 전이었다. 줄을 서자 직원이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며 보여준 뒤 그제야 나도 티켓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뿔싸, 그런데 출발시간은 11시 35분이었다. 표를 미리 봤더라면 이렇게까지 뛰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일찍 공항 밖으로 나와 여유 있게 버스에 오를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출발부터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었다.


다행히 저 멀리 도쿄행 버스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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