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스피커가 되고 싶었습니다

by 마리


"오성식의 굿모~~ 닝 팝스!"


새벽 6시, 눈을 비비며 라디오를 켰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옆에서 잠을 자던 언니가 시끄럽다며 소리를 좀 낮추라고 짜증을 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오성식 씨가 진행하는 "굿모닝팝스"를 매일 아침마다 들었다. 팝송으로 공부하는 영어 프로그램이었는데 덕분에 머라이어 캐리, 보이즈 투맨이라는 미국 가수들도 알게 되었다. 영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다른 문화, 특히 미국에 점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비벌리힐즈 90210"이라는 미국 고등학생들의 생활을 다룬 TV 드라마도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였는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커지기 시작했다.


강수지, 이현우, 솔리드 같은 재미교포 연예인들은 나의 우상이 되었다. 그들이 어색하게 구사하는 한국말이 멋져 보였고 영어단어를 말할 때 자연스럽게 혀가 굴려지는 게 신기해 보였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영어"는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어와는 달리 수학 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성적은 그대로였다.


수학이 내 인생을 망칠 것만 같았다.


실생활에서 쓰지도 않을 어려운 공식들을 왜 공부해야 하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너무 싫었다.

나는 막무가내로 엄마한테 유학을 보내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외국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처음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결국 나의 고집을 꺾지 못하셨다.


당시 친척이 남미 에콰도르에 이민을 가 있었다. 그곳에 영어를 쓰는 외국인 학교가 있는데 와서 학교를 다녀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결국 나는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유학을 가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만 다니다 자퇴를 하고 지구 반대편의 에콰도르라는 먼 곳으로.


하지만 그곳에서 처음 접한 스페인어가 내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데려가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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