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발음 때문에 배꼽 잡고 웃은 사연
에콰도르 키토에 드디어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나왔는데 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무슨 냄새지?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냄새는 오래된 차에서 나는 매연냄새였다. 아직도 "에콰도르"를 떠올릴 때면 키토에 처음 도착해서 맡았던 그 냄새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학교에 입학하기까지는 몇 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키토에는 AMAZONAS (아마조나스)라는 여행자 거리가 있었다. 한국의 인사동 같은 곳이었는데 미국, 유럽에서 온 여행객들이 머물면서 스페인어를 배우기도 하는 곳이었다. 아주 가끔 일본인도 보였다.
스페인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나도 학원에 등록을 했다. 내가 한국을 떠날 당시 지금처럼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책이 많이 없었다. 그래도 스페인어를 하는 나라에 간다고 교보문고까지 가서 "첫걸음부터 마무리까지 종합 기초 스페인어"이라는 스페인어 문법책을 샀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않은 그 책을 가방에 넣고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되었다.
내가 에콰도르에 가는 목적은 영어였다.
스페인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키토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때였다. 티브이에서는 못 알아듣는 스페인어만 계속 흘러나왔다. 그러다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연예가중계 같은 방송을 보게 되었다. 분명 저 사람은 내가 아는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였다.
브래드 피트였다.
화면의 자막에는 BRAD PITT라고 쓰여 있는데 아무리 들어도 진행자의 입에서 "브뢔~드 핏"과 비슷한 단어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계속 방송을 들었다. 그리고 순간 멈칫했다.
"브라드삣, 브라드삣"
그 부드럽고 멋있는 "브뢔~드핏"이 스페인어로는 "브라드삣"으로 발음되고 있었다.
브래드 피트가 "브라드삣"이라고??? 나는 배를 부여잡고 깔깔깔 웃었다.
스페인어 발음 때문에 놀랐던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버거킹을 스페인어로 발음하면?
"부르게르낑"
스페인어의 모음, A(아), E(에), I(이), O(오), U(우)가 자음과 합쳐지면 글자 그대로 또박또박 발음이 된다.
BA(바), BE(베), BI(비), BO(보), BU(부)
그리고 스페인어에는 센 소리 (ㅍ, ㅌ, ㅋ)는 없고
(ㅃ, ㄸ,ㄲ)와 같은 된소리만 있다.
그래서 버거킹이 (Burger King) 이 부르게르낑으로 발음이 되는 거였다.
버거킹에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단어만 봐도 웃음이 터졌다. 버거킹을 부르게르낑이라고 도저히 부를 수가 없었다.
브래드 피트는 나에게는 영원히 "브뢔~드 피트"였다.
내 마음속 우선순위는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