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살고 있는 이다라고 해요. 저는 BTS를 아주 좋아해요"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에콰도르에 살고 있는 어느 케이팝 소녀팬의 채널로 안내했다.
서툰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녀가, 에콰도르 사람이라고 하길래 괜히 더 궁금했다. 소녀의 유튜브 채널을 클릭했다. 영상에는 24시간 동안 한국말하기,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베스트 3, 한국 메이크업 따라 하기, 에콰도르 한국음식점에서 불고기 먹어보기 등 한국과 관련한 영상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한국 아이돌 가수 다이어트 따라 하기도! 아침에 사과 한 개, 점심때 고구마 한 개, 저녁에는 단백질 드링크를 마셔가며 촬영한 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에콰도르에서 다이어트라고?
BTS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남미에서도 콘서트를 했다는 건 들었지만 에콰도르 소녀가 한국에 빠져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고 한국의 모든 것을 따라 한다는 영상을 실제로 본 순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내가 에콰도르에 있었을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키토에 도착 후 처음으로 맞는 주말이었다. 근처에 유명하다는 공원이 있다고해서 가보게되었다. 주말에 벼룩시장도 열려서 볼게 많다고 했다.
공원을 천천히 돌고 있는데 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내가 외국인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공원을 한 바퀴 다 돌고 길은 건너려는데 길 건너편에서 어떤 남자애가 날 보며 "치나!"라고 소리쳤다.
모르는 사람이 길에서 나를 향해 그렇게 큰소리를 치는 건 처음이었다.
깜짝놀란 나는 같이 걷던 사촌동생에게 치나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 사촌동생은 씨익 웃기만하고 대답을 피했다.
집에가서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보니 치나(CHINA)는 스페인어로 중국, 중국사람을 의미했다. 그리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뜻으로 쓰인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음식점말고는 길에서 동양인을 보는 게 흔치 않았던 그 시절, 에콰도르 사람들에게는 그들과 다른 내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다.
치나가 무슨 뜻인지 몰랐을 때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정확한 의미를 알게되자 기분이 너무 나빴다.
하루는 길을 걷고 있는데 누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면서 귀에 "치나"라고 속삭이는게 아닌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길에서 잠시 멍하니 서었었다. 그 친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유유히 자기 갈길을 가고 있었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게 일상이 되었고 치나 (CHINA) 라는 말도 수없이 듣게 되었다.
그 이후로 길을 걸을때면 항상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멀리서 누가 나를 향해 걸어올때면 긴장을 했고 다른곳을 쳐다보는 척 하면서 최대한 빨리 걸어갔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였다. 내가 스페인어를 못 알아듣자 직원이 나를 향해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무시당하는 기분이 싫었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