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돌봐주는 중입니다.
마음을 내는 일
피부과를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손톱으로 긁은 오른쪽 팔은 핏 멍으로 엉망이 되었다. 갑자기 팔에 두드러기가 났고 이성을 잃고 손톱으로 긁어 댄 자국이 팔에 가득했다. 이러다가 두드러기가 온몸으로 퍼질까 봐 무서웠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가려움은 더 심해졌다.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날 나는 주사를 맞고,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연고제를 처방받았다.
당시 나는 4년간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이직 한지 얼마 안 되었었다. 이직을 그렇게 원했는데 막상 옮기고 보니 회사 분위기와 일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출퇴근 시간은 더 길어졌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이직을 한 게 너무 후회가 되었다.
여름이었다.
이직을 했던 사무실 주변에 나무가 너무 없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면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더운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그 열기가 내 마음을 더 메마르게 하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먼저 나와서 근처 쇼핑몰 푸드코트에 가서 혼자 밥을 먹었다.
결국 나는 계속 혼자 먹기를 택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이직 전, 시간이 마냥 흐르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나중에 실력도 없이 그곳에 영영 남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루라도 빨리 이직을 해서 다른 경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발로 나왔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같이 일하던 전 직장 동료들이 그리웠고 모든 게 후회스러웠다. 모든 걸 그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경력개발을 얼마나 할 거라고 그렇게 뛰쳐나왔을까?
어느 날 사무실에 있는데 갑자기 팔이 울긋불긋하더니 가렵기 시작했다.
순간 먼 그곳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가족들이 있는 한국을 떠나 에콰도르에서 친척들과 살며 고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1년쯤 지난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허벅지가 벌게졌다. 참을 수 없이 가렵기 시작했다. 가려움은 내 배로, 팔로, 등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온몸에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물려왔다.
그날 마침 아는 언니가 집으로 왔었는데 내 상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병원에서 링거를 1시간 동안 맞았고 다행히 가려움증은 없어졌다.
문득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왜 갑자기 두드러기가 났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본 두드러기.
그때 나는 가려움증이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드러기의 원인은, 혼자 속으로 삭히며 쌓아둔 스트레스가 몸으로 표출되었던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사무실에서 갑자기 생긴 두드러기 역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내 마음 때문이었다 걸 나는 안다. 의사 선생님은 음식 때문이라고는 하셨지만, 물론 음식이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주원인이 아니었다는 걸 안다.
이직 한 회사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업무시간에 몰래 다른 곳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었다.
참으면서 있기가 싫었다.
지금도 가끔씩 피부가 가려워질 때면 순간 겁이 난다. 그때의 공포가 슬그머니 올라온다.
아, 내가 지금 또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놀란 마음에 내 마음을 다시 한번 점검해본다. 나를 괴롭히는 일련의 생각들이 보일 때가 있다.
예민하고 불안한 내 심리를 건드리는 그것들이 보인다.
내 마음이 불편하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얼른 내 편에서 서본다.
다시는 두드러기 때문에 가려움의 공포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