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애를 마치며
“말좀 다정하게 하면 안돼?”
“술 좀 안 먹었으면 좋겠어”
“왜 나만 먼저 사랑한다고 해?”
그동안 만났던 애인들과 다툴 때 자주 했던 말이다.
좋은 점이 100가지여도 싫은 점이 하나씩 튀어나오면 참지 못하고 짜증을 부렸고, 결국 우리들은 헤어졌다.
”진정한 사랑은 뭘까~”
이별 후에는 꼭 조용한 동네 단골 술집으로 절친을 불러내 철학적으로 하소연하는 게 연애를 끝내는 나만의 루틴이었다.
웃기게도 '진정한 사랑'은 마지막 연애를 마무리하고 머지않아 절친이 아니라 우리집 강아지가 알려줬다.
얘는 참 귀엽지만 싸가지가 없다.
자기 밥그릇을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너무 힘들어서 산책을 못 나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 방에다 똥을 싼다. 일이 바빠 집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면 하루 종일 알은 체도 안 한다.
그래도 나는 걔한테 점잖고 예의있는 강아지가 되라고 훈계하지 않는다.
먹을 걸 가리지 않고 잘 먹어서 잔병치레 한번 한적 없고, 평소에는 사람처럼 화장실에 배변해서 청소하기 편하고, 칼퇴하고 집에 가면 누구보다 먼저 나와 온 세상 기쁨으로 반겨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애를 세상 무엇보다도 사랑한다.
애인과 강아지는 뭐가 다른가, 똑같이 사랑스러운데.
그때 알았다.
누군가를 마음 깊이 사랑하려면 그의 모든 면들을 ‘장점’, ‘단점’이 아닌 ‘점’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만난 다음 남자친구와는 헤어지지 않았다.
지금 남편은 무뚝뚝한 편이고, 술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꽤나 쑥스러워한다.
하지만 지도 앱에 함께 가야만한다는 맛집을 잔뜩 저장해놓고, 술주정으로 애교를 잔뜩 부리고, 주말 아침마다 밀린 집청소를 미리 해두고 나를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