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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나미 Mar 16. 2017

책임감이 강하면 병에 잘 걸릴까

멕시코에서의 일상 에세이




멕시코는 그 어떤 질병보다 당뇨의 발병률이 가장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양 섭취를 골고루 충분히 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공립학교는 점심으로 스낵과 콜라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콜라 및 탄산을 습관처럼 마시고 성인이 되어도 끊기 힘든 것이다.

또한 적당한 양의 따꼬는 맛과 건강을 보장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따꼬에 쓰이는 또르띠야는 옥수수 및 밀가루로 보통 사이즈에서 3장을 넘기면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되기 십상이다.

고기가 저렴한 환경과, 달고 짜고 시고 자극적인 간식들, 물과 맥주 가격이 차이 나지 않는 이곳.

조금만 방심하면 뱃살과 엉덩이에 살이 찐다.




하지만 당뇨를 제외한 질병에서 감히 추측컨데, 

OECD 회원국에서 노동시간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보다 

과로사, 간암, 폐암 등과 같은 질병 발생률은 한국이 높을 것이다.




얼마 전 회사에서 폭풍같이 일하고 온 오빠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현지인들은 일하는 데 있어서 책임감이 덜하다. 일 처리가 느리다. 핑계를 많이 댄다. 등등


(물론 우리의 경험에 따라 생각하는 것뿐, 모든 현지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분명 책임감, 성실함이 특출 난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오빠가 문득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책임감이 덜해서 병에 덜 걸리는지도 몰라"




이게 무슨 말이지?

책임감이랑 병에 상관관계가 있었나?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 잖아. 책임감이 강하면 업무를 제시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거야. 

업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수록 부담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겠지?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 어떻게 돼? 병에 걸리잖아"



"그런데 현지인들은 책임감이 한국인처럼 강하지 않아.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제시간에 못 끝내면 이래서 그랬다, 저래서 그랬다 이유를 대고 남 탓을 하니까 당사자는 마음이 편한 거야. 내 잘못으로 못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럼 그저 일하는 시간이 길고 효율이 떨어질 뿐인 거지 스트레스로 이어지지 않는 거야"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몇 가지 오류가 있지만 그래도 일리가 있는 내용이다.

한국인이 있는 회사는 정말 철두철미하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야근을 불사르며 일을 한다.

나에게 주어진 건 내 업무니까. 

업무량이 적든 많든 일단 하고 본다.


그런데 현지인은 그렇지 않다.

많으면 많아서 일이 늦어지고,

적으면 적어서 일이 빠르게 진행되진 않는다.


문화 차이일까.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많음에도 과로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지 않다.

회식 문화도 한국처럼 강압적이거나,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담배를 피워야 부장과 더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담배를 배워야겠다? 이런 일은 절대 없다.

술은 자기가 알아서 좋은 만큼만 마시기 때문에 간이 고생할 일은 없고,

한국처럼 줄담배를 피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끼리 짝짜꿍 한다는 일이 없으니 폐가 힘들 일이 없다.

힘들면 힘들다고 직접적으로 할 말을 하고, 늦으면 늦나 보다 생각하고 마니 화병에 걸릴 일도 없다.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권에서 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윗사람의 기대에 맞춰서, 

주변의 분위기에 맞춰서,

우리 자신을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책임을 당연시하며 지고 산 탓에 우리 자신이 힘들어하는 걸 놓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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