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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나미 Sep 10. 2016

Ama de casa

나는 주부다




레이노사. 멕시코.


미국 국경에 맞닿아 있는 이 곳은 산업단지다. 공장 단지 외 몇 군데 쇼핑몰이 있을 뿐 크게 관광하러 다닐 곳은 전혀 없다. 그래서 한 달의 유일한 낙이자 재미는 미국에 넘어가 미국 생활 엿보기.


그래도 멕시코에 있으니까

이 곳, 레이노사 이야기를 간략히 하자면 2월 말부터 시작된 여름은 9월까지 지속되고 있고

그중 가장 덥다는 40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도 요즘 덥다 더워서 살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예 나갈 수가 없다. 햇살이 따갑다 못해 바늘로 변해 피부 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랄까.

최근에는 유리조각에 반사된 햇빛에 마른풀들이 타버려 큰 화재가 있었으니 말 다했지.


그리고 가끔 위험하긴 하다.

예고 없이 이뤄지는 총격전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바닥으로 엎드리는 연습을 해야할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평화롭다.

총격전이 끝나면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깅을 하고 마트를 가고 식당을 간다.

위험이 일상이 되었다.




요즘 낮에는 더위 때문에 주로 집에 있는다.

집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중 가장 자주 마주치는 기억의 한 조각은 엄마.


엄마도 신혼 때 아빠가 오기 전에 이렇게 보냈겠구나.

아니지. 엄마는 시집살이를 했으니 이런 심적 여유는 없었겠다. 얼마나 불편했을까.

엄마가 결혼했던 나이를 내가 훌쩍 넘고 

그런 내가 벌써 결혼을 했구나.

자기가 낳은 딸이 결혼하고 멀리 가서 살아야 한다 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다가오겠지.


아마 결혼하고 주부를 택하게 된, 택할 수 밖에 없는 여자들 몇몇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한국을 벗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만 있기 때문에

세상과 연결할 매개체가 필요했다.

비록 이렇게 있지만 나도 소통하고 있다고, 나를 잊지 말라고 피력하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도 사회의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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