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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바다거북 Aug 28. 2015

그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에

어린 시절의 자신에 관하여 스스로 말할  <정물 같았다> 표현하곤 한다. 교실 한 켠에 놓여 있는 빗자루라든 화분 같은 . 늘 거기에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어느 날 사라지더라도 '어라, 뭔가 허전한데?' 갸웃거리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되는 물처럼, 사라지고 한참 지난 후에야 '아, 그러고 보니 요즘 걔, 통 안보이지 않아?하고 잠시 입에 오를 지는 모르지만 아무도 더는  궁금해하지 않을 아이. 부끄러움이 많아서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본 일이 없었고,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 줄도 몰랐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는 일은 상상만 해도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대부분 내 목소리를 몰랐다.


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교탁 앞에서 담임선생님이 물었다. 

우리 반에서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쁜 사람이 누군지 아니?


수업 중간이었는지, 조례 종례시간이었는 정확히 기억나 않는. 다만 그 상황과 분위기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맨 앞자리 앉아 그녀를 올라  었다. 교실이 소란해졌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댔다. 주로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 주목받는 친구들의 이름이었다. 선생님이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들 <웃는 모습이 예쁜  아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면서도 내심 어 내가    모른다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득 채운 호기 설렘 달콤하 일렁였.


뜻밖에 선생님이  이름을 불렀을 ,   당황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랐다.  리카  정수 끝까 졌을 것이. 짧은 순간 눈길이 쏟아졌고, 나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칠 수 없었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 우리 반에 그런 애가 있었던가?'하는 표정이지 않았을까.


그 후로 한동안 거울을 보며 웃는 얼굴을 연습했다. 더 예쁘게 웃고 싶었다. 활짝 웃을 때만 살짝 보이는 보조개가 있어 보조개가 잘 보이도록 활짝 웃는 연습을 했다. 그 연습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살아오는 동안 웃는  예쁘다는 칭찬을 참 많이 들었다. 내가 웃는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한다.


칭찬 한마디에 얼굴이 새빨개지던 여자애는 자라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서툴고, 싹싹하게 굴지 못한다.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성격이 못된다. 그러나 단지 웃는 인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호의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그 선생 생다. 나를 처음 발견해준 사람, 정물과 다름없던 게 <미소가 예쁜 아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사람. 특별한 관심이나 애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기억하기로 그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선생님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일이었을 수 있다. 같은 반 들도 그런 건 금세 잊어버렸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는  그분의 얼굴과 이름마저 잊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나는 네 미소가 참 좋다'라고 말했을 , 20년 전 내게 처음으로 그 말을 해었던 사람 떠올랐다. 새삼 그분이 고맙고, 고맙다.


내게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만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그땐 몰랐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그 일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작은 사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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