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가 끝나고 그 날의 마지막 예배를 드리며 안도하였던 것은 아직 내게 예배자의 영이 꺼지지 않았음을, 여전히 주님의 선하심을 신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성적인 이해에도 불구하고 깊은 슬픔과 낙망은 하나님을 향한 소망을 꺼트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토요일엔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불러내 함께 기도를 해주었다. 나는 누군가를 돌볼만한 기력도 없고, 무엇을 가르쳐할지도 잊어버린 공황상태라는 걸 인정하면서 맡은 성경공부를 한번 더 미뤘다.
찬양을 하며 문득 깨달았다. 주님 저는 완전히 파선되었습니다. 제 영혼은 완전히 바스러졌습니다.
하지만 이 익숙한 감각이 무엇인지 압니다. 하나님은 이 시간들을 통해 다시금 저를 전혀 다른 무언가로 창조해가시겠지요.
주일엔 슬픔에만 잠겨있지 않고 하나님께 더욱 소망을 둘 것을, 더 기도할 것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나의 형편과 처지, 정서에도 불구하고 말씀이 그러하므로 결국 내 영은 말씀에 이끌리어 순종하게끔 되어 있음을 안다. 이제는 그것이 내 영혼이 반응하는 질서이므로.
난파선처럼 다 부서진 마음으로 한주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내 눈앞에 아주 단순히 순종해야 할 말씀이 있고, 그 말씀이 나를 견인하게 될 줄을 안다. 일의 종국을 모두 알고 있으므로, 나는 유순히 과정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내게 하나님은 여전히 선하시고, 그의 완전한 주권을 기억하는 일은 여전히 내게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