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많은 회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본심에 다다르게 된다.
<괜찮지 않아요. 저는 상처를 받아요.
의뢰인들이 거짓말을 할 때에. 인면수심의 사람들을 위해 내 시간을 희생시켜야 할 때에. 알지 않는 편이 좋았을 사실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을 때에.
언제까지 이렇게 내 삶을 갉아먹으면서 버텨야 하는지, 늘 회의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법원에 있는 것보다 현장에 있는 게 좋아요.
우당탕탕 좌충우돌하더라도 당사자들과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요>
가을이 왔고 올해는 석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밤마다 미련으로 번민하게 하는 사람에 대한 것이든, 그를 보내고서 받은 숙제에 관한 것이든.
혹은 둘다.
어제의 약속은 의미가 없다.
언약은 언제나 오늘의 것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기꺼이 다시 물을 것이다.
더 정직할 것이다.
신앙은 인격적인 것이므로.
작년도 올해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이 좀 더 단련이 되고 의연했던 것 같다.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의 초월적인 힘이었다.
올해는 모든 파도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더 이상 고난을 허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저항할 수 없을 만큼 단단히 팔다리가 묶인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렇기에 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 지켜야 할 자리들을 지키고 나아가야 할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애씀과 공로가 아니라 믿음이라는 걸 알겠다.
오직 오늘을 살기 위해 죽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개강예배에 초대를 받았다.
언제나 기도하는 것은, 주님 이때에 각자에게 개별적인 언약을 맺어주시기를.
그래서 앞으로 이들의 직업인으로서 선 삶이,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언약의 구속 하에 있기를.
예수님의 심장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