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과정과 결과가 어찌 되었건 간에, 너는 마지막 3년을 하나님 곁에서 살다 떠났고,
그것을 위해 내 삶이 여기까지 인도되어 온 것이라면, 나 역시도 이것으로 충분히 족한 삶이라고.
사람들에게 내가 베풀 수 있는 호의는 고작 밥 한 끼, 차 한 잔, 익숙함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으로 데리고 가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누는 질문과 대화, 따뜻하고 안전하게 다시 데려다주는 것, 때때로 사소한 선물과 안부 연락 정도일 것이다.
그것을 하찮게 여기지 않기로 하였다.
그것이 해줄 수 있는 전부라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꼬, 생각을 더듬다 보면 그건 모두 다 내가 다른 누군가들로부터 받았던 것들이다.
좋은 것을 많이 겪고 느껴보아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는 게 생긴다는 걸 알겠다.
사람들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주고받는 게, 교훈과 지식이나 봉사와 헌신이 아니라 그저 정서라는 것도. 그것을 인격이나 영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모쪼록 부지런히 좋은 것을 향해 나아가 누려야 한다. 내 정서가 고요히 안정되고 충만할수록, 곁의 사람들도 그것을 누리게 될 것이다.
삶에 불만이 생기면 어차피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인생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다가 때가 되면 이슬처럼 떠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