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준 Jan 04. 2016

군대에서 먹은 추억의 크림빵

짧은 글 깊은 생각 (이상준의 CEO 수필집)

오랜만에 파리바게트에 들렀다가,

추억에 젖게 하는 빵이 보였다.

지겨운 군대 이야기 일까????
군 훈련소에 입대를 하고 
지옥 같은 6주 훈련이 끝나고 자대 배치를 받기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훈련소  px라는 곳을 들어 가게 되었다.

주어진 시간은 15분!! 
단, 15분 만에 px에서 먹고 싶은 걸 실컷 사서 먹을 수 있었지만,
절대!! 음식을 가지고 나오면  안 된다.

15분간 먹고 싶은 크림빵과 콜라, 초코파이를 입안에 쑤셔 넣다시피 하고 
px를  빠져나오기 직전....

'이젠 한동안 또 이 맛있는걸 못 먹겠구나'

생각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DI(조교) 몰래 크림빵 두개를 사서 숨겼다.
주머니에 넣으면 100% 검사해서  발각되기 때문에 
내가 숨긴 곳은 

세면백(목욕가방)이었다.

' 설마 세면백 까지 검사하겠어?'

다행히 검사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자대에까지 가지고 올 수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세면백에 있는 크림빵을 생각하니
너무나 행복했다.^_____^

그런데.....

자대에 도착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겼다.
도착을 하자마자 화장실도 가기 전에 

"전원 세면백 들고 샤워실로 집합!!!"

'아!!! 큰일이다.....'

지금 바로 샤워장으로 가면 크림빵을 들킬게 뻔했고, 
이건 먹고 못 먹고 가 문제가 아니라, 반 죽음이었다.

크림빵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20명 정도 되는 동기들이 샤워장에 도착해 옷을 홀딱 벗고,
이제 곧 세면백 세면도구를 모두 꺼내라고 지시가  내려질 것이다.

'아.... 진짜.... 죽었다.............'
그때, 조교가 
'잠시 대기!! 나도 샤워 같이 해야겠다.'
하며 어디론가 나가 버렸다. 아마도 조교도 세면백을 가지로 갔던 거 같다.

우리 훈련병은 굳은 채로 조교를 기다렸다.

나는 생각했다.
'기회다. 나에게 약 1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재빨리 크림빵 두개를 꺼내어 동기들에게 말했다. 
"야!! 크림빵 한 개 먹을 사람??!!"

1분 안에 내가 두개를 모두 먹기란 불가능했고 한 명에게 크림빵 한 개를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겁먹은 동기들은 침만 꼴딱 삼킬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우선 나부터 크림빵 한 개를 입에 꾸겨 넣었다.
그러자 한 명이 
'야!! 나줘!!'

용기(?) 있는 한 명이 크림빵 한 개를 받아 입에 쑤셔 넣었다. 

거의 삼키다시피 해서 크림빵 한 개를 먹는데,
삼키면서 터져나오는 크림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의 그 황홀함이란.....

조교가 도착했을 때 빵이 아직 입안에 남아있었지만,
눈치껏 샤워실 물을 마시며 겨우 빵을 모두 삼켰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맛있고, 내 생애 가장 맛있는 빵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이 크림빵을 먹지만....

군대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날리 없지만, 그 시절 그 맛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소한 크림빵이라도 
상황에 따라 잊지 못할 기억이 되듯
같은 도움이라도....
가장 힘겨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은 평생 기억이 될 것이다. 
나의 사소한 베풂은 그들에겐 결코 사소 하지 않을 것임을 기억하자....
 
ps. 879기 백령도 6 여단 포병 5중대, 샤워실에서 내 크림빵  얻어먹은 동기야... 보고 싶다.... 너도 분명 그때의 크림빵 잊지 못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