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는 박사과정생의 영어 인터뷰 후기
최근 아마존에 박사과정생 인턴을 뽑는 공고가 하나 올라왔다.
지도교수님께서 갑자기 메일로 호출하셔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지만
여기에 한 번 지원해보자고 하셨다.
갑작스런 제안에 바보처럼 어버버 거렸는데,
굉장히 좋은 기회가 온 만큼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마존 인턴십 채용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서류 제출 - 온라인 코딩 테스트 - 실무진 인터뷰
결과적으로 인터뷰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이유는 영어를 많이 절어서라고 생각했다.
엄청 억울하진 않았다.
계속 영어 공부를 미루었던 것은 맞으니까.
그래도 떨어졌다는 소식 들으니 마음이 아프긴 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선명하게 보였다.
이 글을에서는
아마존 인턴십 채용절차는 어떤 식으로 진행 되었는지
아마존 인터뷰에서는 무슨 질문이 오갔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기로 결심했는지
를 정리하여
나에게도 글을 읽은 모두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서류 제출은 간단했다.
내 소속은 어디인지, 박사과정 몇년차인지, 비자 문제는 있는지 없는지 등의 질문을 했다.
마지막에 이력서 혹은 CV를 제출할 수 있게 해두었는데,
나는 CV를 따로 준비한 상태가 아니었어서 순간 당황했는데
아마존 웹사이트는 친절하게 정보 저장을 해둘테니 CV 준비하고 와서 제출하라고 했다.
CV를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열심히 구글링 했지만
역시 지도교수님 CV를 따라하는게 정석적이고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첫 CV 작성을 완료했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는 더 간단했다.
아마존에서 OA(Online Assesment)를 보라고 메일이 날라온다.
약 2시간을 줄테니 마음을 가다듬고 편안하게 할 수 있을 때 테스트를 보란다.
나는 사실 코딩 문제를 그렇게 많이 풀지 않았어서 걱정이 됐지만
무식하면 용기가 생긴다는 말처럼
그냥 갑자기 '에이 모르겠다' 하고 코딩 테스트를 보았다.
2개의 문제가 나왔는데, 문제 자체는 너무 쉬웠다.
첫번째 문제
첫번째 문제는 유형 이름도 모르겠다.
대충 설명을 하자면,
string 이 하나 주어졌을 때 중복되지 않는 알파벳의 가장 첫 index를 출력하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assessment 라는 단어가 주어지면
a, m, n, t 가 중복되지 않은 알파벳들이고 그 중 가장 빠른 a의 index를 출력하면 된다.
map을 활용하면 O(n) 안에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두번째 문제
두번째 문제는 Two Sum이라는 유명한 문제가 나왔다.
코딩 문제를 좀 풀어봤다하면 무조건 풀어봤을 법한데,
궁금하면 LeetCode나 백준에서 Two Sum을 검색해서 풀어보도록 하자.
여기까지가 온라인 코딩 테스트의 전부였다.
2시간이나 줬지만 너무 빨리 끝나서 내가 모르는게 숨겨져 있나하고
홈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적여봤지만
진짜 그게 끝이었다.
마지막 실무진 인터뷰가 남았다.
1.
먼저, 실무진 혹은 인사팀에게 메일이 와 시간 조율 메일이 온다.
원하는 시간대를 적으면 그에 맞춰 답변을 준다고 했다.
메일을 받고 어느 일정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하루를 넘겨버렸는데,
아마존에서 한번 더 일정조율 리마인드 메일을 보냈다.
그래서 보자마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시간들을 택해 답변하였다.
2.
나는 두 명의 실무진 면접관이 배정되어, 각각 한 시간씩 하기로 하였다.
시차 때문에 오전 6시, 8시로 배정 되었다.
새벽 면접이라니. 한국에 있는게 조금 억울했다.
3.
각 인터뷰에서는 3가지 질문을 했다.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리더십 원칙에 근거한 상황 질문
라이브 코딩 테스트
면접관은 먼저 CV에 근거해 질문을 했다.
~~ 하셨던데,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실래요?
관련하여 대화를 좀 하다가 시간이 얼추 지나면
리더십 원칙에 근거한 상황 질문으로 들어간다.
아마존에는 리더십 원칙 14가지가 있다.
https://www.amazon.jobs/content/en/our-workplace/leadership-principles
아마존은 영상을 활용해가면서까지 리더십 원칙을 굉장히 강조한다.
나에게는 tight deadline이 왔을 때 어떤 식으로 일처리를 하느냐라고 질문했다.
대답의 방식은 왕도가 있다.
바로 STAR Method 방식이다.
Situation - Task - Action - Result 말하기 방법이라는데,
이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모의 질문답변을 반복 숙달 했었다.
물론, 실전에서는 하나도 못 써먹었지만 말이다.
4.
마지막으로,
라이브 코딩 테스트를 했다.
사전에 웹사이트를 하나 주어 여기서 라이브 코딩을 할 것이다라고 알려준다.
팀 내부에서 다루는 주제와 엮어서 문제가 나왔다.
내가 받은 문제는, IR을 디자인하는데 Instruction들의 선/후 관계를 판단하는 함수를 짜 보라고 나왔다.
Instruction의 구조는 내가 직접 디자인해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LLM 없이 코딩하려고 하니 순간적으로 '문법이 뭐더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브 코딩의 경우,
열심히 말을 하면서 코딩을 해야한다는 정보가 있어서
허접한 영어로 열심히 내 생각을 말해가며 했다.
나는 일단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솔루션을 제안했고, 면접관은 한 번 디버깅 해보라고 한다.
내가 디버깅까지 끝내서 면접관도 납득하면 이제 시간 측면에서 최적화를 해보자고 한다.
이 부분이 조금 까다로운데 헷갈려한다면 면접관이 힌트를 조금씩 준다.
그렇게 힌트와 함께 최적화까지 끝내면 인터뷰는 종료된다.
이렇게 보면 인터뷰가 간단하고 당연해 보인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영어로 하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2~3번 되물어보고 대답은 "나 배고파. 밥 먹을래. 반찬." 수준으로 하고...
심지어 저 대답도 많이 더듬 거렸다.
"나... 나... 배고, 배고파. 밥... 안먹을 아니 먹을..까? 아니 아니 을래..."
면접관이 듣기에는 분명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면접관의 표정이 무표정이 되어가는 걸 보았는데
마음 속으로 '망했다'라고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결과는 앞서 말한대로 탈락이었다.
그래도 내 영어 수준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 부끄러움을 마주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영어 공부에 있어서 원래는 "아무리 그래도 성인인데, 미드 같은건 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내 수준이 유치원생보다 못하단 걸 깨닫고 키즈 영어 채널부터 구독해서 보려고 한다.
만약 해외 인터뷰를 준비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모든 회사가 그렇진 않겠지만, 일단 아마존에서는 서류 면접까지 통과했다면 실력은 분명 인정받은 것이다.
인터뷰에서는 여러분이 '아마존에 진짜 관심이 있는지(리더십 원칙 읽었냐?),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지(영어 및 소통에 있어 문제가 없는지), 문제에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상황 가정 후 어떻게 할거냐 or 라이브 코딩)'를 보는 것 같았다.
영어가 문제 없다면 가서 열심히 자랑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나처럼 절면서 대답하진 않도록 열심히 준비해가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