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13월의 장미와 돛단배

by 진동길



물안개가 덮친 바다 위에
길을 잃은 낡은 돛단배

하나
파도에 휩쓸리고
돛은 뜯기고 찢겨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이 내게 건넨 첫 말은 이랬지요.

"선생님, 도와 드릴까요?"

난 당신의 얼굴에서 빛을 보았습니다.
그래요 분명 빛이었습니다.
아무도 볼 수 없었지만,
저는 당신을 등대처럼 알아봤습니다.

사랑의 고통은 때로 아스피린 같습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지요.
그 약에 중독되면
언젠가는
더 큰 파도에 휩쓸려
흔적조차 없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바다에서
장미가 피어날 때쯤 떠나갔지요.

"이제 그만,

다시 생각해 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하답니다."

시리도록 멍든 푸른 바다 위로
다시 어둠이 내리고
무수히 많은 장미들이
피어보지도 못 한 채 죽어갔습니다.

심장을 찢고 간
장미와 사랑의 상처는
날카로운 가시만 남긴 채
먼바다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이제 그만,
다시 생각해 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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