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수사 마리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

by 진동길


갯마을에도 성모님의 달이 찾아왔다. 하늘은 푸른 성모님의 치맛자락을 두르고 있고 바람은 산과 바다를 오고 가며 꽃 향기를 가득 실어 나르고 있었다.

"성모성월이요 제일 좋은 시절 사랑 하올 어머니 찬미 하오리다. 가장 고운 꽃 모아 성전 꾸미오며 기쁜 노래 부르며 나를 드리 오리..."

마태오 수사님과 함께 아침 산책을 나온 꼬마 수사는 흥겨운지 콧노래를 연신 흥얼거린다. 그때 작은 갯마을을 긴장하게 하는 말다툼 소리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흘러나왔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 둘이서 주먹다짐까지 할 모양새로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연세에 어울리지 않게 아저씨들이 서로에게 뱉어내는 말씨는 거침없고 날이 잔뜩 선 칼 같았다. 어느새 많은 군중이 몰려들어 그들의 입씨름을 구경하고 있었다.

군중 가운데 택시 기사를 하는 안셀모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태오 수사님과 꼬마 수사에게 다가왔다.

"저러다 힘 싸움까지 할 것 같은데, 말려야 하지 않나요?" 수사님이 인사를 주고받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형제지간이라예. 아주 잘 지냈어예. 그런데 땅 보상 문제 때문에 서로 말도 안 하고 한 서너 달 지내더니 급기야 오늘 저사단이 터졌네예. 말려도 소용없어예. 서로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둘 다 감정만 앞세우다 보니 말이 안 통하네예. 곧 진정될거라예. 돈이 왠수지예. 싸울 일도 아니고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풀릴 문제를. 욕심만 잔뜩 부리다 보니 형제지간도 저렇게 되네예. 쯪쯪."

"그렇군요.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사연을 들은 수사님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아직 어린 꼬마 수사에게 어른들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마리오! 그만 돌아가자!"

호기심이 아직 풀리지 않은 꼬마 수사는 구경꾼들 틈에서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태오 수사님은 계속 묵주기도를 바치고 계시는 것 같아서 꼬마 수사는 물어보고 싶은 말을 참아야 했다.

꼬마 수사의 마음을 눈치챈 마태오 수사가 분위기를 바꿔볼 마음에 말없이 땅만 보며 뒤따라오는 꼬마 수사에게 물었다.

"배고프지. 수도원에 가서 간식으로 라면 먹을까?"

"네..." 꼬마 수사가 군침을 삼키며 밝게 대답했다. 다행스럽게도 꼬마 수사는 아까 전에 보았던 험악한 일들을 벌써 잊은 것 같았다.

수도원에 도착하고 얼마 후.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꼬마 수사가 "수사님이 끓여준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요. 수사님. 수사님은 세상에서 뭐가 제일 맛있어요?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제가 대접해드릴게요."

"허허허. 그래. 고맙구나. 나는 뭐든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단다."

마태오 수사는 꼬마 수사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게 느껴졌다.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단다. 하루는 어느 랍비가 하인에게 시장에 가서 가장 맛있는 것을 사 오라고 시켰단다."

"와... 그래서요? 하인은 뭘 사 왔나요?" 금세 꼬마 수사의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물었다.

"하인은 혀를 사 왔지."

"네? 혀요? 우왝... 징그러워."

"한 이틀쯤 지나서 랍비는 다시 그 하인에게 오늘은 가장 맛없는 음식을 사 오너라 시켰지. 그런데 하인은 또 혀를 사 왔단다."

" 네? 뭔가 이상한데요?"

"그렇지? 이상하지? 그래서 랍비가 하인에게 물었지.

'너는 내가 맛있는 것을 사 오라고 했을 때도 혀를 사 왔고, 가장 맛없는 것을 사 오라고 했을 때도 똑같이 혀를 사 왔다. 그 까닭을 말해 보겠느냐?'

그러자 하인의 대답하기를 '혀는 아주 좋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고 또 나쁘면 그보다 나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단다.

"음... 왠지 아침에 바닷가에서 말싸움하던 그 아저씨들이 새겨 들었어야 하는 이야기 같아요."

"그래. 아침에 보았던 일을 다 잊은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저도 타산지석이라 말의 뜻을 알고 있어요. 때로는 상대방의 안 좋은 모습이나 일들도 제 마음속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으면 저에게 좋은 일이 될 것 같아서 저도 돌아오는 길에 그 아저씨들을 위해 기도했어요."

"허허허. 하산해도 되겠는걸."

"수사님이 끓여주시는 라면 때문에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그래. 자기를 닦는 일은 끝이 없지. 우리에게는 누구나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여섯 가지 귀한 보물이 있는데. 그중에 세 가지 눈, 귀, 코는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고, 입, 손, 발 세 가지는 인간이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데.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수도자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단다."

"그럼.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그래! 고마워. 오늘 하루도 주님과 함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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