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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n 16. 2021

소금단지

우리의 기도


#  진실


ἀληθής(영 truly: 요한 4,18; 마태 22,16)

1. 진실한

2. 참된

3. 바른


때로 우리는 진실한(ἀληθής) 말(λόγος) 한마디에 회심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그 말 한 마디에 끝없는 깊이와 무게를 느낄 때도 있는데요.


진실한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겠지요. 생명의 뿌리를 흔드는 의미와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또 λόγος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흔들며, 듣는 이를 성장케 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오는 이유도 그것이 진심에서 시작된 진실한 말이기 때문이지요.


λόγος는 생명의 힘을 가지고 살아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λόγος는 위선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쓸데없는


βαττολογέω(영 babble)

1. 생각 없이 말하여 재잘거리다.

2. 쓸데없는 잡담

3. 떠드는 소리


하지만 우리 일상의 언어에서 '쓸데없는 잡담'(βαττολογέω)과 그냥 떠드는 자극적인 소리를 빼고 나면 진실한 말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βαττολογέω)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7.)


#  어떤 기도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면서.


"아버지"라 하지 말아라. 아들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원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도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ㅡ남미 우루과이의 작은 성당 벽에 쓰여 있는 기도문ㅡ


# 아버지를 향한 자녀의 기도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의 구조는 아버지와 우리의 관계를 성찰케 하는 기도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기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기도는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숫자를 상징하는 일곱 가지 청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이 기도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만하고 완전함을 뜻합니다.


이 기도 외에 더 이상 청하는 기도는 우리의 결핍된 욕구와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는지 반성해 볼 문제입니다.


# 마음과 의지, 용기와 노력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위한 청원 기도에서 우리가 성찰해봐야 할 네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나의 기도는 오늘 내 것을 ‘내어놓을' 마음이 있는지.


2. 용서를 청하는 나의 기도는 나에게 잘못한 이를 ‘조건 없이 용서할’ 의지가 있는지.


3.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청하는 나의 기도는 나를 유혹하는 대상을 물리칠 용기가 있는지.


4. 악에서 구해 달라고 청하는 나의 기도 속에는 악을 식별할 수 있는 지혜와 그것을 물리 치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우리의 언어가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그분처럼 말할 수 있어야겠지요.


우리의 언어가 쓸데없는 소리에 그치지 않고, 로고스처럼 진심이 담긴 진실이 되고 참말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과 의지, 용기와 노력이 그분처럼 몸과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와 땀으로 변화되어야겠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공허한 소리가 아닌 생명의 로고스로 변화될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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