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동길 Jun 17. 2021

소금단지

분더캄머(Wunderkammer)

초기 성 프란치스코와 12명의 형제들의 집


# 기도방


자신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싶었던 한 자매가 새벽 미사를 마치자마자 원장 수사에게 다가왔습니다.


"수사님! 수사님! 저는 저희 집에 작은 기도 방을 마련해 두고 기도를 하고 있어요."


원장 수사는 매우 기뻐하며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는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어서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사님 그 기도 방에는 하루 몇 번이나 들어가면 좋을까요? 몇 시 몇 시에 기도를 하면 좋을까요?"


새벽 기도를 준비하던 원장 수사는 잠시 자매의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화장이 짙다는 것을 눈치채고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자매님이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마다 그 방을 찾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화장을 고치고 싶을 때마다 묵주기도를 바치시고 립스틱을 고쳐 바르고 싶을 때마다 화살기도를 바치신다면 사람들보다 하느님께 사랑받은 자녀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


세상에는 소유하고 싶은 것만큼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지요. 좋은 집과 자동차, 값비싼 보석이나 가구들. 혹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다니는 자녀들 등등.


# 놀라운 것들의 방


독일어에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뜻을 가진 분더캄머(Wunderkammer) 말이 있는데요.


분더캄머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경이로운 방'에는 일반인들이 찾아보기 힘든 귀중품들이 진열되어있는데, 주로 귀한 광물이나 희귀 유적, 이국적인 물건들, 희귀 동물의 화석, 유골, 예술품 등이었다고 하지요.


별거 아니지요? 그런데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움을 자아내게 했다고 하네요. 이유는 그 물건들 하나하나가 금전적으로는 부르는 게 값이었으니까요.


만일 여러분이 분더캄머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지인들을 초대하시겠지요. 으스대야 하니까요. 그러면 분더캄머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놀라움을 자아내어 "Wunder"라는 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께 돌아갈 때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인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의외로 어떤 이들(신앙인?)은 자신의 분더캄머에 오래도록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물건들을 전시하기도 했다는데요. 사사로운 소장품이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인 사랑, 그리움, 감사함, 슬픔, 행복 등을 일으키게 하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을 간직한 물건들 말이지요.


혹시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분더캄머를 만들고 싶지 않으신가요? 만일 그렇다면 그곳에 무엇을 전시하고 싶으신가요?


# 하늘(οὐρανός)과 보물(θησαυρός)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 6,19.20.)


οὐρανός(God; heaven)

1. 땅 위의 궁창

2. 신적 공간

3. 하느님(마태 21, 25; 마르 11,30; 루카 20, 4,5.), 그리스도, 천사, 죽은 자들


θησαυρός(storeroom, treasures)

1. 어떤 물건이 저장된 곳

2. 보물


신앙인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에게 보물은 무엇입니까? 소중한 가족인가요? 아니면 자동차? 집인가요?


지금 여기(hic et nunc).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입니다. 그리고 부활 이후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금 여기서 우리가 나눈 사랑의 열매들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왜 예수님께서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라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조금을 알 것 같습니다.


땅 위에 쌓아 놓은 보물들은 결국 우리의 것으로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소중한 내 가족일지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하늘에 쌓아놓은 선한 열매들, 곧 현세의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한 일들과 이웃 사랑을 위한 노력들은 현세에서 뿐만 아니라 부활 이후,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넉넉하게 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한다."


오늘은 우리의 내면에 '분더캄머', 놀랍고도 경이로운 보물들로 가득한 방 하나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나만의 분더캄머를 만들어서 그 방에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수많은 성인 성녀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소중한 보물들 전시해 놓고 또 자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는 이타적인 사랑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그리웠고 감사했으며 행복했던 소중한 추억들이 전시되어 있겠죠?


어쩌면 신앙인들의 분더캄머는 텅 빈 공간만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분명 그곳에는 세상 사람들은 볼 수 없는 정말 놀랍고도 아름다운 귀한 보물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형제 여러분, 3,7 나에게 유익했던 이런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장해물로 여겼습니다. 8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장해물로 생각됩니다. 나에게는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들을 모두 쓰레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9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려는 것입니다. 내가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내 믿음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것입니다.

10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리스도와 고난을 같이 나누고 그리스도와 같이 죽는 것입니다. 11 그러다가 마침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12 나는 이 희망을 이미 이루었다는 것도 아니고 또 이미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것을 붙들려고 달음질칠 뿐입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를 붙드신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14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를 부르셔서 높은 곳에 살게 하십니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며 내가 바라는 상입니다.


8 형제 여러분, 끝으로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지 참된 것과 고상한 것과 옳은 것과 순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과 덕스럽고 칭찬할 만한 것들을 마음속에 품으십시오.(필리 3장; 4장)

작가의 이전글 소금단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