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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Jul 05. 2021

소금단지

예수의 정체


# 예수의 정체


"예수께서는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가시는 곳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마태오 9,32-38.)


예수께서 이렇게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리사이들의 말처럼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지니고 있어서 일까요?


그분과 하루 종일 함께 지내며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그분의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은 그분이 한 일. 즉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신 일"을 보고 그분이 하신 일의 동기를 이렇게 전합니다.(마태 9, 35.)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있었기 때문이다.”(마태 9,36)


# 가엾은 마음(σπλαγχνίζομαι)을 가진 이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He was moved with compassion


스플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ίζομαι)


1. 불쌍히 여기다

2. 동정하다

3. 측은히 여기다


스플랑크니조마이(σπλαγχνίζομαι). 이 말에 상응하는 구약성경의 히브리어로는 '하느님의 자비'를 표현하는 '라하밈'(רחמים)입니다. 우리말로 '자궁'을 의미하는 ‘라함’(תגיד)에 뿌리를 둔 말인데요.


성경에서 이 말은 ‘내장이 뒤틀릴 정도로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마음’입니다.


흠이 없으신 하느님의 어린양. 그분이 우리를 바라보시는 마음은 '애끓는 마음'입니다. 가엾게 여기시어 그분의 애간장이 녹아내립니다.


'애끓는 마음'에서 시작된 예수님의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먹이십니다: 오천 (마르 6,30-44; 마태 14,13-21), 사천 (마르 8,1-10; 마태 15,32-39).

2. 더러운 영을 내쫒아 주십니다: (마르 9,14-29)

3.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십니다: (루카 7,11-17)

4. 나병환자를 깨끗이 하십니다: (마르 1,40-45)

5. 예리코의 눈 먼 두 사람을 고쳐주십니다: (마태 20,29-34)

6. 그 마음을 비유로 가르치셨습니다: 용서하지 않는 종의 비유 (마태 18,23-34); 자비로운 아버지의 비유 (루카 15,11-24a);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루카 10,25-37)


# 부르는 이


기가 꺾여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그들을 가엾이 여기시며, 그때 그날처럼 우리를 부르십니다.


양극화 현상은 그날에도 지금도 여전합니다.

지배 세력에 기대어 편하게 살아가는 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고 형제와 이웃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이. 우상 숭배를 일삼는 이들과 이들을 이용하며 사욕을 채우는 이들...


그분의 마음은 오늘도 ‘내장이 뒤틀릴 정도로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오늘도 나를, 우리를 부르십니다.


코로나 19 펜데믹과 자연재해도 양극화와 맞물려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은 죽어나갈 지경입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지요. 가진 자들의 탐욕을 부추기고 가난한 이들이 아주 일어서지 못 하도록 짓누르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그분의 마음이 ‘내장이 뒤틀릴 정도로 애간장이 녹아내릴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때 그날처럼 다시 부르십니다. 애절하게.


# 기도하는 이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9,38).


그분이 오늘 다시 나를. 우리를 부르십니다. 수확할 것이 많다는 말씀은 돌봐주고 보듬어주어야 할 사람이 많다는 말씀이지요.


착한 목자의 마음입니다. 그분의 마음과 시선은 “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는" 이들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나와 우리에게 기도하시지요. 우리에게 매달리십니다. 간절히.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하십니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시는" 그분의 마음입니다. 애간장이 끊어지고 녹아내리는 고통으로 차마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너를 위한 기도보다, 모두와 세상을 위해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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