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관의 기도
"도밍고 수사님! 마리가 없어졌어요? 여기에 안 왔나요?" 한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화가 수사를 다급하게 찾아간 꼬마 수사가 걱정이 태산인 표정이다.
"마리야...! 하고 불러봐. 아빠가 부르면 다 알아듣는단다. 모든 생물은 자기를 보살피는 이의 소리를 다른 소리와 구분할 줄 알거든."
"알겠어요. 마리 찾으면 다시 올게요. 수사님 그림 그리시는 거 보고 싶어요... 마리야...!" 꼬마 수사가 마리를 찾는 소리가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를 품에 안은 꼬마 수사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시 도밍고 수사를 찾아왔다.
"풀밭에서 아기 개구리랑 놀고 있었어요. 요 녀석 완전 귀여워요... 키 킥."
"다행이구나 멀리 안 나가서... " 도밍고 수사는 다시 그림에 집중하려 했다.
"돌아오는 토요일 성모의 밤에 봉헌할 그림이죠?" 꼬마 수사가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소곤거렸다.
"응! 어떻게 알았어?"
"아기를 안으신 성모님께서 화관을 쓰시고 계셔서... 넘겨짚었어요. 하하.... 근데 성모님은 언제부터 화관을 쓰셨어요? 유래가 있나요?"
도밍고 수사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시 붓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록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기원은 칠락 묵주기도의 유래와 함께 전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음... 그러니까 1442년 어느 날."
도밍고 수사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꼬마 수사가 눈을 초롱초롱 뜨고는 그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청년이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에 입회하게 되었는데, 그 청년은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부터 매일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엮은 화관으로 성모상을 장식하는 아주 경건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지. 그런데 수련소에서는 이것을 계속할 수 없었던 거야."
"왜요? 누가 못하게 했나요?" 꼬마 수사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런 건 아닌데. 수련기 동안에는 정해진 공간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매일 싱싱하고 아름다운 꽃을 구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 도밍고 수사가 국화차를 우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그 수련자는? 수도회를 떠났나요?" 꼬마 수사가 무척 궁금한지 조급하게 다그쳐 물었다.
"아니. 세속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경건하고 열심히 성모님을 사랑했던 그 수련자는 성모님께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면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안내해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애원했지."
"성모님께서 응답해주셨나요?" 꼬마 수사가 다시 재촉하며 물었다.
"성모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자녀들의 기도를 놓치지 않고 들으시는 분이라서 어느 날, 홀연히 그의 앞에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지."
"어떻게요? 뭐라고요?" 꼬마 수사의 눈동자가 더 커졌다.
"내 아들아! 이제는 그대가 지금까지 실행하여 오던 방법으로 그대의 사랑을 나에게 표시하지 못한다고 슬퍼할 것은 없다. 나는 그대에게, 즉시 시들어버리고 또 언제나 구할 수도 없는 꽃보다도 더욱더 아름다운 성모송으로 화관을 엮는 방법을 일러주겠다. 이 화관은 그대가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만든 화관보다 더 나를 기쁘게 할 것이요, 그대 자신을 위해서도 훨씬 큰 은혜와 공덕의 바탕이 될 것이니, 이 화관을 매일 나에게 바쳐 주기를 바라노라."
"우와... 성모님의 말씀이 너무나 위엄 있으시고 아름답게 들려요. 그래서 그 수련자는 성모님 말씀대로 했나요? 수도회를 떠나지 않고?"
"응. 착하고 경건한 그는 수도회를 떠나지 않고 성모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기도하기 시작했지... 그러던 어느 날, 수련장이 우연히 그가 기도하는 모습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그랬는데요?"
"신기한 일이 수련장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어..."
"신기한 일요?" 꼬마 수사가 도밍고 수사 곁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다.
"그의 곁에 한 천사가 함께 있었는데... 그가 성모송을 한번 한번 바칠 때마다 천사의 손에서 장미 송이가 한 송이씩 피어났고, 열 송이가 되면 천사는 장미꽃 열 송이마다 백합꽃 한 송이를 꽂아서 장미 꽃다발을 엮고 있었던 거야."
"우와... 수사님. 완전 소름 돋아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더 소름 돋는 것은 천사가 그렇게 아름다운 화관으로... 성모님의 머리를 장식하는 게 아니고 그 수련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었다는 것이지."
"와! 정말 놀랍네요. 그 수련자는 성모님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바쳤는데, 성모님께서는 천사의 손을 빌려 오히려 수련자의 머리를 장식하게 하셨네요." 꼬마 수사가 놀랍고도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우리가 성모님을 위해서 성모님께 기도를 드리면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그 공을 다시 당신의 자녀들에게 베풀고 계셨던 거지."
"수사님. 너무 감동적이에요... 너무 아름다워요."
"그래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수련장이 나중에 그 수련자를 불러서 사연을 물어보았지. 그는 성모님께서 자신에게 가르쳐 주신 일들을 겸손하게 이야기했고, 수련장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그 사건을 다른 형제들에게 알려주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칠락 묵주기도는 성모님께 화관을 바치는 기도가 되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 거야."
"와! 그러니깐. 성모님께 바치는 칠락 묵주기도는 천사와 함께 바치는 기도이면서 성모님께 아름답고 싱싱한 화관을 바치는 기도네요."
"훗날 교회는 1901년 9월 7일 교황 교서를 통해서 이 기도에 특별한 은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연옥 영혼에게도 양도가 가능한 전대사를 받는다고 선포하게 되지."
꼬마 수사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수사님 저 얼른 성모님 앞에 가서 칠락 묵주기도 바쳐야겠어요. 저의 기도가 꼭 연옥 영혼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러면 나도 오늘 작업은 여기서 정리하고 기도하러 가야겠구나. 수사님이랑 같이 가자. 함께 기도하러 가자꾸나...!" 도밍고 수사가 작업복을 벗으며 말했다. 그날 고양이 마리도 함께 칠락 묵주기도를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