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일곱 공주들의 이야기 1
막내 아리엘 공주
하루 종일 세상을 비추며 하늘에 떠 있던 해가 지친 하루를 보내고 바닷속으로 잠자러 들어가려 할 때, 할머니는 어제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아얏! 할머니. 할머니. 여기 보세요. 바다 게들이 제 손을 물고는 도망가서 바위틈으로 숨었어요." 할머니의 손녀 미카엘라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바다 게도 무서우니까 그런 거지."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단지 바다 게랑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럴 땐 먼저 말해줘야 해. 얘들아 나하고 놀자 하고 말이야." 뾰롱퉁해진 미카엘라를 다독이며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바다 게들도 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요?" 미카엘라가 궁금하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습니다.
"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단다."
"그럼 식물들도 저의 마음을 알 수 있나요?" 미카엘라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그렇단다. 너의 마음을 전부는 알 수 없지만 네 마음이 그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면 화를 내고 있는지는 식물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저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들도 제 마음을 느낄 수 있나요?" 미카엘라는 더 많은 게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고말고. 물고기들은 식물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우리 미카엘라처럼 궁금한 것들도 많고..." 할머니는 미카엘라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습니다. 미카엘라는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바닷속에도 바다를 다스리는 임금님이랑 신하들이 있나요?"
할머니는 해가 지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 깊고 깊은 바닷속에도 임금님이랑 공주님이랑 신하들도 있단다. 옛날 뱃사공들은 알고 있지." 할머니는 미카엘라에게 뱃사공들의 입에서 입으로 불려졌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어히 어히 어기어차
어서 가세 어서 가세
저기 저기 회오리바람이 불어온다
바닷속 오랜 비밀을 말해주는
거친 바람이 불어온다
어히 어히 어기어차
바닷속 깊은 곳에서
용왕은 삼지창을 휘두르며 물보라를 일으키고
거친 파도와 풍랑을 일으킨다네
어히 어히 어기어차
천년을 만년을 흘러온
저 깊은 바닷속 인어들의 이야기에는
고래가 가재, 소라, 문어들과 춤을 춘다네
어히 어히 어기어차
저 바다가 끝나는 곳, 신비로 가득한 곳
해가 잠들고 떠오르는 저기 저 바다 끝
깊고 깊은 저 푸른 곳으로 가세
어히 어히 어기어차
뱃사공들이 가르쳐준 깊고 깊은 바닷속, 산호초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트리톤 임금이 다스리는 인어들의 궁전이 있었습니다. 그 아쿠아리움 궁전에는 트리톤 임금과 일곱 공주가 살고 있었습니다. 인어 공주들의 방은 삼층에 있었는데, 삼층 맨 끝 방인 일곱 번째 방은 막내 공주 아리엘의 방이었습니다.
"아리엘. 빨리빨리. 이러다 음악회에 늦겠어." 여섯 번째 공주 줄리아 언니가 아리엘의 방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리엘 공주는 방에 없었습니다. 그 시각 아리엘 공주는 복어 플라운더와 함께 비밀 동굴로 가고 있었습니다. 아리엘 공주와 플라운더만 알고 있는 비밀동굴에는 난파된 배에서 가져온 물건이 가득했습니다.
아리엘 공주는 일곱 공주들 중에서 제일 예뻤고 그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는 모두가 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호기심도 일곱 공주들 중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오늘 음악회는 트리톤 임금의 생신을 축하하는 음악회였습니다. 당연히 모두들 아리엘 공주가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음악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아리엘 공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공주의 뒤를 몰래 쫓고 있는 검은 갈치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검은 갈치들은 마녀 헤로디아의 부하들입니다. 검은 문어가 변한 마녀 헤로디아는 궁전 지하실, 칙칙하고 어두운 곳에 살면서 언제든 트리톤 임금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막내 공주 아리엘이 또 비밀동굴에 갔다고 갈치들이 마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마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갈치들에게 험악한 깡패 상어를 아리엘에게 보내라고 했습니다. 아리엘이 음악회에 참석할 수 없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그 사이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는 걸 깜박한 아리엘 공주는 비밀 동굴에서 플라운더와 함께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공주님. 이거는 이름이 뭐예요? 사람들은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요?" 사람들의 담배 파이프와 포크를 가리키며 플라운더가 물었습니다.
"얼마 전 갈매기 스콧이 가르쳐줬는데. 음... 작은 나팔과 머리빗이라고 했던 것 같아." 공주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헉! 맞다. 음악회. 플라운더. 어서 서둘러! 음악회를 깜박 잊었네."
아리엘 공주와 플라운더는 허둥대며 비밀동굴을 빠져나와 궁전으로 헤엄쳤습니다. 그렇지만 동굴 입구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검은 갈치들과 상어가 아리엘 공주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험악한 깡패 상어는 꼬리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아리엘 공주가 가는 길을 방해했습니다. 검은 갈치들은 플라운더를 공주에게서 떨어뜨리려 했습니다.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아리엘 공주는 플라운더와 함께 좁은 바위틈 사이로 몸을 피하며 궁전으로 헤엄쳤습니다. 간신히 상어와 갈치의 습격을 피한 플라운더와 아리엘 공주는 무사히 궁전에 도착했지만 음악회는 이미 끝난 뒤였습니다.
"아리엘 공주! 어디에 갔다가 이제 왔느냐?" 아버지 트리톤 임금과 언니들은 음악회를 망친 아리엘에게 화가 나 있었습니다.
"피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아리엘. 모두를 걱정하게 하고 중요한 음악회를 망친 건 너의 잘못이다." 어머니 미리암이 아리엘의 편을 들어주며 말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언니들. 죄송합니다." 아리엘 공주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플라운더가 아리엘 공주를 대신해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음악회에 참석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무서운 상어와 갈치들의 습격을 받았어요. 그들의 공격을 피하느라 어쩔 수 없이 먼길을 돌아서 오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플라운더의 말을 들은 트리톤 임금은 화가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그만 됐다. 돌아가 쉬거라." 아버지의 화가 풀리고 아리엘이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언니들이 아리엘의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아리엘. 너도 또 그 비밀동굴에 갔었지." 맏언니 소피아 공주가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아리엘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공주들도 하나같이 물었습니다.
"어머. 아리엘 또 그 동굴에 갔어? 도대체 그곳에 뭐가 숨겨져 있는 거야? 아리엘 다음에는 언니들도 함께 가자."
"음... 그곳에는 언니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인간들의 물건들을 모아놨어. 박물관처럼 말이야. 갈매기 스캇의 도움 없이는 전혀 알 수 없는 물건들이지." 아리엘이 의기양양해서 자랑했습니다.
그때 질투심 많은 여섯째 줄리아 공주가 말했습니다. " 흥. 그까짓 물건들은 보면 뭐해. 미카엘라 언니는 직접 왕자님과 만났는 걸."
처음 듣는 이야기에 다섯 공주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미카엘라도 놀라며 말했습니다. "줄리아! 그 얘기를 지금 하면 어떻게 해. 우리 둘만의 비밀이잖아."
"어차피 알게 될 텐데 뭐. 나는 조금 빨리 이야기했을 뿐이야." 그리고 줄리아는 아리엘의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큰 일 났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불호령이 떨어질 텐데. 어쩌지..." 인어 공주들은 같은 마음으로 걱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