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일곱 공주들의 이야기 2
왕자를 사랑한 미카엘라 공주
그날 밤, 다섯 번째 공주 미카엘라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창가에 앉아 보름 전에 만났던 왕자님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쯤 바다 위에는 반달이 왕자님의 방을 비추고 있겠지? 그렇겠지. 모네... 지금쯤 왕자님은 무얼 하고 계실까?" 은은한 달빛을 받아 더욱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바다 위를 바라보며 미카엘라 공주가 흰동가리 물고기 모네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잠깐 올라가서 보고 올까요?" 미카엘라 공주의 마음을 아는 모네가 물었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그러다 아버님이 아시면 너까지 큰일 나." 미카엘라는 '그래 줄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모네. 정말로 인어와 인간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일까?"
"트리톤 임금께서 그렇게 법으로 정하셨고 또..." 모네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하자 공주가 말을 이었습니다.
"인어는 꼬리지느러미가 있고 물에서 살아야 하고 사람은 다리가 있고 땅에서 살아야 한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이렇게 그리운 건 무슨 이유일까."
들리나요(태연)
조금만 아파도 눈물 나요
가슴이 소리쳐요
그대 앞을 그대 곁을 지나면
온통 세상이 그대인데 그대만 그리는데
그대 앞에선 숨을 죽여요
내게 그대가 인연이 아닌 것처럼
그저 스치는 순간인 것처럼
쉽게 날 지나치는 그대 곁에
또 다가갈 한걸음 조차 채 뗄 수 없을지라도
서성이게 해 눈물짓게 해
바보처럼 아이처럼
차라리 그냥 웃어 버려
점점 다가설수록
자꾸 겁이 나지만
이 사랑은 멈출 수가 없나 봐
"똑. 똑." 노래를 부르던 미카엘라는 노크 소리에 노래를 멈췄습니다.
"누구세요?"
"미카엘라 나야 소피아."
미카엘라의 노랫소리를 듣고 맏언니 소피아 공주와 막내 아리엘이 찾아왔습니다.
"줄리아한테 네 얘기를 들었는데 모두 사실이니?" 맏언니 소피아 공주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응. 언니. 전부 사실이야." 미카엘라 공주가 슬픈 눈으로 말했습니다.
"어쩌다가..." 맏언니 소피아 공주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미카엘라의 등을 쓸어주었습니다.
"산호초 숲을 따라 산책을 하던 날이었어." 미카엘라가 왕자와 만났던 날을 추억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연어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연어들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검은 갈치들이 나타나서 이렇게 물었어. '미카엘라 공주. 트리톤 임금님께서 인어들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정말이냐?'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말했어. 임금님은 인어들이 바닷속 어디든 가도 된다고 하셨어. 하지만 바다 위 인간들이 사는 땅에는 가서도 안되고 인간들과 만나서 안되고 그들과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어.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나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하셨다."
"그랬는데... 그래서." 아리엘이 기다릴 수 없다는 얼굴로 미카엘라의 말을 다그쳤습니다.
"그랬는데. 갈치들이 다시 말하기를.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너희가 바다 위 인간들이 사는 땅에 가고 인간들과 만나고 그들과 말을 하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트리톤 임금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트리톤 임금님께서 아시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라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말도 하게 됐니?" 소피아 언니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아니. 그래서 내가 말했지. '나는 꼬리가 있어서 땅에는 오를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하고 갈치들에게 다시 물었어. 그러자 검은 갈치들이 말하기를. '마침 잘됐다'하면서 '이것은 인어들을 위해 준비한 마법의 먹물인데. 이 알약을 삼키면 두 시간 동안 사람들처럼 걸을 수 있다'하면서 알약 하나를 내게 주었어. 그래서 나는 호기심에 그 마법의 알약을 삼켰지. 그랬더니..."
"그랬더니? 꼬리가 사람처럼 되었어?" 아리엘이 서둘러 미카엘라의 말을 가로챘습니다.
"정말. 정말 그랬어. 그러면서 갈치들이 말하기를. '지금쯤이면 애틀랜타 성의 왕자님이 산책하실 시간이니까 그를 만나봐라' 하더라고. 그는 친절한 사람이니까 금방 친해질 거라고 하면서."
공주는 왕자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는 정말 친절했고 다정한 사람이었어. 우린 두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럼. 언니가 인어라는 걸 왕자님도 아셔?" 아리엘이 놀란 눈을 끄게 뜨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카엘라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가장 큰 비밀을 용기를 내어서 말하려는 순간 '잊지 마! 약의 효과는 두 시간이야.'라고 했던 갈치들의 말이 생각나서 작별 인사도 못하고 그의 곁을 도망치듯 떠나왔어... 흑흑흑... 소피아 언니. 나 이제 어떻게 해. 에릭 왕자님이 너무 보고 싶어..." 미카엘라는 끝내 울고 말았습니다.
"걱정 마. 언니. 힘내. 우리가 도와줄게. 오늘이 왕자님 생일이라며..." 아리엘의 말에 미카엘라는 고개만 끄덕일 뿐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럼. 우리 셋이라도 가보자. 거기가 어딘데? 애틀랜타 성으로 가면 되니?" 소피아가 힘없이 축 늘어진 미카엘라의 손을 잡아주며 물었습니다.
"그래. 언니. 힘을 내. 함께 가자." 아리엘도 미카엘라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