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일곱 공주들의 이야기 5
미카엘라 공주와 마녀 헤로디아
부드러운 햇살이 왕자의 창문을 비추고 갈매기들이 왕자의 창가에서 깃을 고르고 있을 때, 에릭 왕자는 강아지 프로와 함께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왕자는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강아지 프코가 백사장을 달려가면서 컹컹 짖었습니다. 프코가 달려가는 곳에는 꿈에도 그리던 미카엘라 공주가 서 있었습니다. 미카엘라 공주는 막내 공주 아리엘이 건네준 알약을 삼키고 난 후, 꼬리지느러미는 사라지고 대신 사람처럼 다리로 걸을 수 있었습니다.
"프코! 왕자님 하고 잘 있었어." 프코는 미카엘라 공주를 그 누구보다도 반겼습니다. 프코는 왕자를 구해준 이가 미카엘라 공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미카엘라 공주를 따랐습니다. 곧 에릭 왕자도 공주 곁으로 달려왔습니다. 왕자와 공주는 만나자마자 동시에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미카엘라 공주와 에릭 왕자는 서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미카엘라 공주가 훌쩍 떠날 수 밖에서 없었던 그날 이후, 공주와 왕자는 서로가 서로를 잊을 수 없었고 그리워했습니다. 바로 그때, 로버트 경이 분위기를 깨며 에릭 왕자를 찾아왔습니다.
"왕자님. 에릭 왕자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시지요." 로버트 경은 에릭 왕자를 따로 불러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기쁜 소식입니다. 왕자님. 지난번 왕자님을 물에서 구해주었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를 이웃나라 공주 헤로디아라고 하면서 곧 성에 도착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알겠습니다. 나중에 그 공주님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릭 왕자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왕자의 마음속에는 이미 미카엘라 공주뿐이었습니다.
에릭 왕자는 로버트 경을 성으로 돌려보내고 미카엘라 공주한테로 갔습니다. 공주와 왕자는 오랜 시간 해변을 걸었습니다. 파란 파도가 보석처럼 반짝이는 해변이었습니다. 여섯 명의 공주들도 먼 곳에 왕자와 공주를 바라보며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아리엘 공주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 사이 이웃나라 공주로 변한 마녀 헤로디아는 심술이 잔뜩 났습니다. "왕자에게 내가 왔다는 걸 분명히 알렸을 텐데. 왕자는 왜 코빼기도 안 보이는가?" 마녀의 목소리는 아리엘의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심술궂은 말씨는 듣는 사람들 모두를 떨게 했습니다.
"곧 찾아 뵐 것이니 조금 더 기다리십시오." 애꿎은 로버트 경이 진땀을 흘렸습니다.
"이웃나라 공주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게 이 나라의 예의란 말이오. 당장 왕자를 내 앞에 데려오시오." 로버트 경은 서슬이 퍼런 마녀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에릭 왕자가 이웃나라 공주의 방을 찾아왔습니다. "미안하오.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리게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의 마음은 왕자님을 빨리 뵙고 싶었을 뿐입니다." 에릭 왕자 앞에서 헤로디아 공주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목소리를 들으니 그때, 나를 구해주신 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에릭 왕자는 정중히 말했습니다.
"네. 제가 왕자님을 구해드린 게 확실합니다. 그때 그 소녀랍니다." 헤로디아 공주는 다소곳하게 응답했습니다.
"음... 알겠소. 먼 길을 오셨을 테니 편하게 쉬십시오." 에릭 왕자는 한순간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 미카엘라 공주 곁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아참! 내일모레가 결혼식이라는 건 알고 계시지요?" 뜬금없는 공주의 말에 왕자는 당황했습니다.
"무슨 말씀 이시오?" 왕자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제가 임금님께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사흘 후에 왕자님과 결혼하겠다고. 임금님께서도 허락하신 일이니 그리 아십시오." 헤로디아 공주는 수줍은 척 말했습니다.
"저하고 한마디 상의 없이 공주님의 마음대로 결혼식 날짜를 정했다는 말이오?" 에릭 왕자는 화가 났지만 참으며 말했습니다.
"하는 수 없습니다. 임금님께서 저를 어여삐 보셔서 그리 허락하셨으니까요." 사실 마녀는 임금님께 주술을 걸어 강제로 허락을 받아낸 것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로버트 경에게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이르지요." 왕자는 공주의 방을 나서며 헤로디아의 귀에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로버트 경. 결혼 준비에 차질 없도록 준비해 주세요." 그러면서 귓속 말로 "헤로디아 공주가 어느 나라 공주인지 알아보세요."라고 일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