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일곱 공주들의 이야기 6
마녀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
다음날 아침. 에릭 왕자는 미카엘라 공주와 강아지 프코와 함께 마차에 올랐습니다. 미카엘라 공주에게 애틀랜타 성 주변을 구경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에릭 왕자와 미카엘라가 탄 마차는 성 밖을 빠져나가 포도송이들이 익어가는 포도나무 숲길을 지났습니다. 해님은 포도나무 잎에 내려앉아 지나가는 바람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었고, 황금색 머릿결을 흩날리는 밀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은 왕자가 탄 마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마차가 소나무 숲길에 이르자 에릭 왕자는 공주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프코는 신이 났는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앞서 달려 나갔습니다. "컹컹. 컹컹." 싱그럽고 상쾌한 바람이 공주와 왕자가 맞잡은 손등을 간지럽혔습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는 누가 놓았는지 모를 징검다리가 놓여있었습니다. 왕자는 공주를 등에 업고 징검다리를 건넜습니다. 물비늘 위로 반짝이는 빛들이 등에 업힌 공주를 부러워하며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어머. 왕자님이 공주님을 사랑하나 봐.
수줍어하는 공주님도 왕자님을 사랑하나 봐.
이리 와서 함께 손뼉 치며 노래 불러요.
언제까지나 영원히. 영원히 사랑을 노래해봐요.
공주님의 떨리는 마음처럼 가슴을 열고
왕자님의 부드러운 손길처럼 온 마음으로
모두 함께 춤을 추어요.
언제까지나 영원히. 영원히 사랑을 노래해봐요.
저기 저 태양과 반짝이며 빛나는 물과
싱그러운 바람, 모두 함께 행복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어요. 언제까지나. 영원히.
언제까지나 영원히. 영원히 사랑을 노래해봐요.
점점 사랑에 빠진 에릭 왕자는 미카엘라 공주에게 단풍나무들이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호수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호수에서 에릭 왕자가 미카엘라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청혼을 할지도 몰랐습니다. 공주의 마음도 왕자가 빨리 청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왕자는 이미 장미 꽃다발도 준비했습니다. 왕자는 노를 저으며 청혼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왕자가 노를 젓자 공주는 왕자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조금만 아파도 눈물 나요
가슴이 소리쳐요
그대 앞을 그대 곁을 지나면
온통 세상이 그대인데 그대만 그리는데
그대 앞에선 숨을 죽여요
내게 그대가 인연이 아닌 것처럼
그저 스치는 순간인 것처럼
쉽게 날 지나치는 그대 곁에
또 다가갈 한걸음 조차 채 뗄 수 없을지라도
서성이게 해 눈물짓게 해
바보처럼 아이처럼
차라리 그냥 웃어 버려
점점 다가설수록
자꾸 겁이 나지만
이 사랑은 멈출 수가 없나 봐 (태연, 들리나요)
단풍나무 숲 호수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왕자의 마차를 뒤쫓아온 마녀 헤로디아가 숲 속에서 그들을 지켜보았습니다. 마녀는 다정한 두 사람을 어떻게 혼내줄까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마녀는 왕자와 공주가 탄 배가 호수 한가운데쯤 이르렀을 때, 호수의 수호자 네스에게 마법을 부려 두 사람을 물에 빠뜨리려 했습니다.
왕자는 공주의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언젠가 들어본 노래였습니다. 바로 그때, 마녀의 주술에 걸린 네스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네스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무척 고통스러워하며 긴 꼬리와 긴 목으로 배를 흔들어 왕자와 공주를 호수에 빠트렸습니다. 이를 숲 속에서 지켜보던 마녀는 통쾌해했습니다.
"하하하. 왕자와 공주의 꼴이 말이 아니구먼. 꼭 물에 빠진 생쥐 꼴이군. 하하하. 나를 시험에 빠드리지 말라. 그러면 언제든 또 그렇게 당할 것이다." 마녀 헤로디아는 혼잣말을 하며 먼저 애틀랜타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공주와 함께 뭍으로 올라온 에릭 왕자는 겉옷을 벗어 공주에게 입혀주었습니다. 체온이 떨어진 공주는 몸을 떨었습니다. 공주를 업고 마차로 돌아온 왕자는 급하게 마차를 몰아 성으로 향했습니다. 성으로 돌아온 왕자는 공주에게 레몬이 들어간 따듯한 물을 건넸습니다. 공주가 잠이 들자 에릭 왕자는 잠든 공주를 보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외롭고 힘든 어두운 세상에 있을 때
당신은 날 환하게 비춰주었죠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바라보게 했어요.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나를
당신과 나 아직
춤을 추며 밤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깨어나면
밤새도록 당신과 나
춤을 추어요.
우리는 아직 춤을 추지 못했지만
당신이 깨어나면
함께 춤을 추어요.
우리 둘이서만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그렇게 아침이 오면
그대 날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주세요.
나는 그대에게
내 사랑을 고백할게요.
온 세상이 우리의 사랑을 축복할 거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겠죠.
언제까지나 그대와 함께
언제나 함께
그대와 함께
밤새도록 춤을 출거랍니다.
나 항상 그대 곁에 있으리니
그대 날 필요로 할 때
나 항상 그대와 함께 있으리니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에릭 왕자가 줄리아 공주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로버트 경이 다가왔습니다.
"왕자님. 주변의 여러 나라에 사신을 보내어 알아본 바로는 헤로디아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는 없다고 합니다." 로버트 경의 말에 에릭 왕자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 성에 머물고 있는 저 공주는 누구라는 말이오. 전혀 알 수가 없소?" 에릭 왕자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왕자님. 갑자기 나타난 공주라는 것 밖에는... 그리고 외람되지만 헤로디아 공주가 공주의 신분 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로버트 경은 겸연쩍어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알겠소. 다른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알려주시오. 아 참! 결혼식에 대한 임금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에릭 왕자는 할 수만 있다면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상태라서 임금님께서도 무척 괴로워하십니다. 어제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다고 후회도 하셨습니다. 헤로디아 공주는 내일 결혼식도 바다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바다에서요?" 에릭 왕자는 몹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취소할 수 없다면..." 왕자의 고민은 깊어갔습니다.
호수에서 일어났던 일은 에릭 왕자가 사는 애틀랜타 성의 임금님과 신하들에게는 물론 바닷속 트리톤 임금과 인어 공주들에게도 알려졌습니다.
"세바스찬. 착하고 순한 호수의 수호자 네스가 어째서 왕자와 공주가 탄 배를 공격했는지 알아보았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트리톤 임금이 가재 세바스찬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마녀 헤로디아의 주술에 걸린 것 같다고 합니다. 주술이 풀린 후, 네스도 자신이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주술이 걸린 순간에 매우 고통스러워서 몸부림을 친 기억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일로 트리톤 임금님께 큰 빚을 진 것 같다고 하면서 임금님께서 말씀만 하시면 무슨 일이든지 돕겠다고 하더군요."
"세바스찬. 아무래도 이 기회에 헤로디아를 착한 문어로 바꿔줘야겠어. 자네 생각은 어떤가?" 트리톤 임금의 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할까요?" 세바스찬이 물었습니다.
"아니.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 내일이 결혼식 날이라고 했지?" 트리톤 임금이 세바스찬에게 물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마녀의 꼬임에 넘어간 애틀랜타 성의 임금이 결혼식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세바스찬의 대답에 트리톤 임금의 눈빛이 반짝였습니다.
"왕비와 공주들에게 내일 결혼식에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이르시오. 또 바닷속뿐만 아니라 물에 사는 모든 이들도 참석하도록 이르시오." 트리톤 임금의 명령은 단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