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혼식 날이 밝았습니다. 애틀랜타 성의 모든 사람들은 헤로디아 공주와 에릭 왕자의 결혼을 축하하며 기뻐했습니다. 결혼식은 헤로디아 공주의 소원대로 배를 타고 바다 위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커다란 배가 준비되었습니다. 갑판 위에는 애틀랜타 성의 임금과 왕비, 그리고 하객들이 왕자와 왕비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카엘라 공주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에릭 왕자는 로버트 경을 따로 불러 특별히 지시했습니다.
"로버트 경. 미카엘라 공주를 위해 작은 배를 준비해주세요. 제가 신호를 보내거든 그때 공주를 갑판 위, 결혼식에 등장시켜주세요."
배가 애틀랜타 성을 출발했습니다. 곧 성대한 결혼식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습니다. 배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가재 세바스찬에게 전해 들은 트리톤 임금님과 여섯 공주들, 그리고 바다 식구들도 바다 위로 올라갔습니다. 갈매기도 스콧의 이야기를 듣고 결혼식 이 열리는 배 위로 모여들었습니다. 마녀 헤로디아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은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결혼식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연주되고 모두들 긴장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왕자와 결혼할 신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혼례복을 차려입은 마녀 헤로디아가 입장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바로 그때 에릭 왕자가 로버트 경에게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로버트 경. 미카엘라 공주를 모시고 와주세요."
이어서 에릭 왕자는 수군대며 어리둥절해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친애하고 존경하는 임금님과 여러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저는 미카엘라 공주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미카엘라 공주와 결혼하겠습니다."
정적이 흘렀습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렸습니다.
"어머. 에릭 왕자님이 배신을 하신 거야? 믿어지지가 않네. 어떻게 목숨을 구해 준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과 결혼할 수가 있어."
"에릭 왕자는 배신자야. 배신자. 저렇게 예쁘고 착한 공주를 두고 어떻게 다른 여자와 결혼할 생각을 할 수 있었지? 쯪쯪쯪. 헤로디아 공주가 불쌍하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도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마녀 헤로디아에게 왕자의 선언은 마녀의 분노를 참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러나 헤로디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한 것은 이어지는 에릭 왕자의 말이었습니다.
"헤로디아 당신에게 묻겠소. 배가 침몰할 때 나를 구해준 게 당신이 사실이라면 그날 밤, 내게 불러준 노래를 다시 한번 불러주시오." 에릭 왕자는 잊을 수 없는 그날 밤, 그 노래를 다시 불러달라고 말했습니다. 사랑도 모르고 사랑을 할 줄도 모르는 헤로디아는 부를 수 없는 노래를 에릭 왕자는 다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에릭 왕자는 기억했습니다. 미카엘라가 호수에서 불렀던 노래가 에릭 왕자가 사경을 헤맬 때, 자신에게 불러주었던 노래라는 것을. 마녀 헤로디아는 당황했습니다. 헤로디아가 노래를 부르지 못하자 에릭 왕자는 다시 마녀의 심장에 쇄기를 박는 말을 이어서 했습니다.
"존경하는 임금님과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로버트 경을 통해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저기 서 있는 헤로디아는 이 세상의 그 어느 나라의 공주도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문어가 변신한 마녀였습니다. "에릭 왕자가 말을 마치자 로버트 경이 미카엘라 공주를 왕자 곁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헤로디아와 미카엘라 공주를 번갈아 보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도무지 왕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마녀 헤로디아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검은 문어의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하하하하.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군.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너희들 모두 바닷속에 수장시켜주겠다. 하하하하." 마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커다란 문어로 돌변했습니다. 치마 속에서 여덟 개나 되는 다리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먼저 에릭 왕자와 미카엘라 공주에게로 뻗어나갔습니다.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소스라쳤습니다. 결혼식장이 난장판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갈매기 스콧과 다른 갈매기들은 문어로 변한 마녀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부리로 문어의 머리를 쪼았습니다.
멀리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트리톤 임금과 공주들도 더 이상 마녀의 횡포를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공주들도 미카엘라 공주와 에릭 왕자를 도와줘야 할 것 같아서 배를 향해 헤엄쳐갔습니다. 트리톤 임금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트리톤 임금은 바다를 다스리는 왕의 상징인 삼지창을 마녀에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마녀의 힘인 검은 마력을 빼앗았습니다. 그러자 마녀는 모든 힘을 잃고 순식간에 작은 문어로 돌아갔습니다. 원래 문어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문어는 슬글슬금 갑판 위에서 떨어져 바다로 도망쳤습니다.
마녀가 검은 마법의 힘을 잃어버리자 아리엘의 목소리도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아리엘은 너무 기쁜 나머지 승리와 기쁨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해 있었습니다. 그때 에릭 왕자가 기뻐하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존경하는 임금님과 귀빈 여러분. 결혼식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저 에릭 왕자와 미카엘라 공주의 결혼을 축복해주십시오. 저 에릭 왕자는 미카엘라 공주를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그날, 하늘과 바다, 땅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에릭 왕자와 미카엘라 공주의 결혼을 축복해주었단다. 바다 나라와 땅의 나라, 바다와 땅이 하나가 되는 그 기쁜 날을 온 세상 모든 생물들이 기뻐하며 축하해주었던 것이지." 할머니는 아련한 옛날을 추억하듯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근데 할머니. 이상해요? 궁금한 게 있어요."
"뭐가 그렇게 궁금하실까. 우리 공주님이..."
"왜. 외할머니의 이름하고 제 이름하고 미카엘라 공주님의 이름이 같아요?"
"음... 그건. 허허허. 네가 커서 어른이 되면 자연히 알게 된다."
"이제 들어가자 네 엄마가 기다리고 있겠다."
할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갈매기가 끼룩끼룩 날고 있는 어촌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소녀는 한동안 밤바다를 바라보다가 할머니에게 달려갔습니다.
"할머니. 할머니. 근데요. 정말로 인어공주가 사람이 되었나요?"
"허허허. 글쎄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보다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나나요?"
"이 할미도 그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네요..."
"할머니. 할머니. 또 궁금한 게 있어요."
"허허허..."
할머니와 소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닷가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들어 축복해주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달님과 별, 갈매기와 가재, 흰동가리와 복어, 그리고 인어공주도 그들과 함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