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아름다운 비행

by 진동길




늦은 봄, 이른 여름. 눈부신 햇살이 작은 호수 위를 뒹굴며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가로운 호수에는 다른 철새들과 함께 어미 고니가 며칠 전에 낳은 알을 품에 품고 있습니다.


"탕탕! 멍멍." 호수가 언제나 평화로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철새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천적들도 있었습니다. 철새들에 가장 두렵고 무서운 천적은 사냥꾼들과 그들을 따라다니는 사냥개들입니다.


음식을 구하러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어미 고니는 총소리가 날 때마다 가슴을 졸였습니다. 사냥꾼들의 총소리와 사냥개들이 짖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어미 고니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었다는 소식을 다른 철새들에게 들었습니다.


어미 고니는 참았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이내 쓰라린 가슴을 쓸어 내며 아픔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미 고니의 품에는 남편이 남기고 간 작은 사랑이 숨을 쉬고 있었으니까요.



고니들의 호수는 여느 때보다 여름밤이 아름다웠습니다. 호수에서는 풀벌레들의 성대한 연주회가 자주 열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밤, 그동안 잘 버텨왔던 어미 고니의 건강이 매우 안 좋아 보입니다.


남편을 잃고 한 달이 지나도록 꼼짝하지 않고 알을 품어야 했던 어미 고니의 몸은 몹시 야위었습니다. 어쩌면 품에 품고 있는 알을 부화시킬 수 없을지도 몰랐습니다. 어미 고니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숨이 턱에 차오르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지자 어미 고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거기 누구 없나요? 도와주세요..."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였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두 마리의 고양이 있었습니다. '나리'라는 이름의 수고양이와 나리의 친구 암고양이 '마리'였습니다.


"마리야. 무슨 소리 못 들었니?" 수고양이 나리가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 풀벌레 소리밖에는... 안 들리는데." 마리가 귀를 세우며 말했습니다.


"아니야. 분명, 새소리 같아... 도와달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무슨 일인지 가보자." 수고양이 나리는 암고양이 마리를 앞질러 어미 고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에는 커다란 새 한 마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암고양이 마리가 왔습니다. 그때, 커다란 어미 새는 고양이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려 했습니다.


"저의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나요?" 어미 고니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비록 고양이들이지만 이들에게라도 가슴에 품고 있는 새끼 고니의 미래를 부탁해야만 했습니다.


"제 품에 품고 있는 알이 곧 깨어날 텐데, 절대로 먹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어른이 될 때까지 잘 돌봐주세요. 약속해 주세요. 그 대신 제 몸을 당신들에게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어미 새는 눈을 감았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군... 흑흑." 암고양이 마리는 죽어가는 어미 새의 간절한 부탁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수고양이 나리는 "무슨 소리야. 남에 일에 함부로 엮이면 꼭 안 좋은 일 생기더라. 그냥 지나가자. 그리고 나는 새 고기는 별로야."라고 말하며 그냥 가버렸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리는 숨이 멈춘 어미 새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기로 마음먹고 어미 새의 품을 앞발로 툭툭 건드려 봤습니다. 그러자 거위알같이 생긴 커다란 알이 앞발에 잡혔습니다. '이를 어쩌지? 어미 새의 체온이 떨어지면 이 알도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데...'


마리는 고민 고민하다가 베드로 아저씨 농장에서 함께 사는 오리와 그 알들이 생각났습니다. '오리 알 하고 같아 보이니까 다른 오리 알 틈에 살짝 넣어놓으면 아무도 모를 거야.'라고 생각한 암고양이 마리는 그 새 알을 입으로 물로 베드로 아저씨 농장으로 갔습니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암고양이 마리는 어미 오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새알을 오리집에 있는 오리알 사이에 놓아두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얼마 후, 어미 오리가 다시 오리집으로 돌아와 오리알들을 품에 품었습니다. 다행히 어미 오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암고양이 마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틈나는 대로 오리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리알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미 오리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온 오리들은 모두 여섯 마리였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제일 큰 알 하나는 아직 깨어날 준비가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어미 오리는 하루만 더 참아보자 하며 마지막까지 일곱 번째 알을 품에 품어주었습니다. 긴 밤이 지나고 새날이 밝아 올 무렵. 수탉 아저씨가 모두 일어나라고 '꼬끼오'하고 외쳤습니다. 일곱 번째 알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어미 오리의 품에서 알을 깨고 꼼지락꼼지락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 이제야 일곱 번째 막내가 깨어났구나." 어미 오리는 막내가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애들아 다들 일어나. 오늘 막내가 태어난데..." 큰 언니 오리가 동생들을 잠에 깨우며 막내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함께 지켜봤습니다. 마침내 막내가 알 속에서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와! 막내가 깨어났다... 헉.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큰 언니가 다른 동생들과 다른 색의 옷을 입고 나온 막내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재는 뭐야? 재. 왜 저래. 부뚜막의 재를 뒤집어쓴 것처럼 털 색깔이 온통 회색이네. 우리는 노란색인데." 둘째 언니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부리는 왜 새까맣지? 우리는 분홍색인데." 셋째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뚱했습니다. 하지만 어미 오리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애들아 엄마랑 물놀이하러 가자." 어미 오리가 말하며 앞장서 갔습니다. 어미 오리가 맨 앞에 가면서 말했습니다.


"오리!" 그러자 어미의 뒤를 따르는 새끼 오리들은 "꽥꽥!"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막내에게서는 다른 소리가 났습니다. 언니들은 막내를 비웃고 놀렸습니다.


"재 좀 봐. 이상한 애야."

"애. 틀렸어. 꽥꽥이라고 해야지."


여섯째 언니는 일부러 막내를 밀어 넘어뜨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 똑바로 보고 다녀. 이젠 앞도 안보이니? 까르르까르르..."


"애야. 어쩌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태어났니." 어미 오리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어미 오리는 끝까지 막내를 감싸주며 다독였습니다.




막내는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언니들은 더 이상 같이 놀아주지 않았고, 베드로 아저씨 농장에 사는 다른 이웃들도 가족들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막내를 함부로 대했습니다.


한 번은 수탉 아저씨가 막내를 날카로운 부리로 쪼으며 구석으로 몰아세웠습니다. 부부싸움을 한 화풀이를 막내에게 하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고양이 마리가 나서서 수탉 아저씨를 쫓아내지 않았다면 막내는 큰 상처를 입을 뻔했습니다.


언제나 술에 취해있는 돼지 아저씨는 무섭게 생긴 빨간 코로 막내를 들이받으며 농장 밖으로 쫓아내려 했습니다. "꿀꿀. 꿀꿀. 난 너 같은 외톨이들이 싫어.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거든. 농장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막내가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마다 막내 곁을 맴돌며 숨어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마리의 마음은 아팠습니다. 하루는 이웃동네 길고양이들이 작심하고 막내를 해치려 했습니다. 험상궂게 생긴 길고양이 세 마리가 생쥐를 가지고 놀 듯이 막내를 괴롭혔습니다.


마리는 급하게 수고양이 나리를 찾아갔습니다. "나리야. 큰 일 났어. 네 도움이 필요해."


낮잠을 자고 있던 나리는 "무슨 일인데. 난리라도 났니." 하며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막내가 위험에 빠졌어. 내버려 두면 길고양이들에게 잡혀 먹힐 수도 있어." 마리는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귀찮아. 나 지금 낮잠 자고 있는 거 몰라. 그깟 미운 오리 새끼 하나 없어진다고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아. 그래도 도와주고 싶으면 너 혼자 가." 나리는 돌아누우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마리 혼자 세 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막내에게 돌아온 마리는 "하앍. 하앍." 소리를 지르며 막내를 공격하는 길고양이들을 막내로부터 막아섰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 할퀼지도 몰라." 마리가 말했습니다.


"야. 네가 저 미운 오리 새끼 엄마라도 되냐? 왜 그래. 우린 지금 재밌게 놀고 있는데. 큭큭큭. 애들아. 그렇지 않냐." 대장 길고양이가 말했습니다.


"그럼. 당연하지 우린 지금 외톨이 미운 오리 새끼랑 놀고 있는 거라고. 큭큭큭."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수고양이 나리가 길고양이 한 마리를 앞발로 할퀴며 말했습니다."여기서 나가줘야겠어. 여기는 내 구역이거든. 여기서 말썽이 일어나는 걸 나는 바라지 않으니까." 나리가 단호하게 버티고 있자 길고양이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했습니다.


"나리야. 고마워. 난 네가 와줄 거라 믿고 있었어." 마리가 말했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긴 내 구역이라서 온 거야. 별 뜻은 없으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마." 나리는 무뚝뚝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리의 마음속에도 늘 어미 새가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막내가 사는 호수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조용한 호수에 사냥꾼들과 사냥개들이 다시 몰려들었습니다. 막내는 그 사이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여전히 언니들과 농장 식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지만, 건강하게 이겨내고 있었지요.


막내는 암고양이 마리가 언제나 곁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늘 함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막내는 언제든 고양이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천사처럼 나타났다가 또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지를.'


그러던 어느 날, 막내의 수호자 같은 고양이들도 어쩔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막내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겨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사냥꾼들의 총소리와 사냥개들이 짖는 소리가 유난히 가까이에서 들리던 날이었습니다. 먹이를 구하러 호수에 갔던 어미 오리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불길한 예감에 막내는 밤새워 엄마를 기다리며 울었습니다. 목이 잠기고 쉬록 막내는 엄마를 불렀지만 엄마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막내는 유일하게 기댈 곳을 잃었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끝까지 막내 편을 들어주던 엄마를 잃은 막내는 온 세상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농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막내는 먼 길을 떠날 결심을 했습니다.


보따리 짐 하나 달랑 어깨에 맨 막내는 기어이 베드로 아저씨네 농장 울타리를 넘어 길을 떠났습니다. 농장을 떠나는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리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이 그렇게 슬프고 아픈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던 마리는 수고양이 나리를 찾아갔습니다.


"마리가 농장을 떠났어. 나도 같이 떠날 거야." 마리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리는 화를 냈습니다.


"야. 네 꼴을 봐. 너는 고양이야.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야. 자기 영역을 떠날 수 없는 동물이라고."


"나도 알아. 하지만 막내의 친엄마와 맺은 약속을 쉽게 잊을 수도 저버릴 수도 없어. 마음이 너무 아파. 나는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그래야 할 것 같아. 이건 내 진심이야."


그 말을 남기고 마리는 막내가 가는 길을 따라갔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막내가 알아챌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하며 막내와 함께 딱히 머물 곳 없는 길을 걸어갔습니다.


"흥. 그런다고 내가 따라나설 줄 알아. 어림없지." 혼자 남겨진 나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자기도 혼자 떠난 막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고 아파온다는 걸 느꼈습니다. 사실은 나리도 막내의 친엄마와 한 그날의 약속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젠장.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마리야. 같이 가."




비가 오는 날에도 찬바람이 부는 날에도 마리와 나리는 막내의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철새들이 먼 남쪽 나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막내도 몰라보게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막내에게서 오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깃털은 눈송이처럼 하얗게 되었고, 어린 티가 나던 부리는 짙은 검은색으로 변했습니다. 가늘고 길어진 목은 다른 철새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커다란 날개는 한 번씩 펄럭일 때마다 우아한 춤을 추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막내는 여전히 자기를 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막내가 고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 이가 없었습니다.


"우와! 멋있다. 막내가 그 사이 저렇게 변한 거야..." 수고양이 나리가 넋을 잃고 막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마리야. 이제 우리가 친엄마에 대해서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저렇게 날개만 폈다 접었다 하게 놔둘 수는 없잖아. 저기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저 새들이 막내와 똑같은 새라는 걸, 이제는 말할 때가 된 거 같아." 나리가 막내의 우아한 날개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언제쯤이 좋을까?" 마리도 역시 막내의 우아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면서 대답했습니다.


"바로. 지금." 성격 급한 수고양이 나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막내를 불렀습니다. "막내야. 막내야."


"성격 하고는..." 마리도 나리의 뒤를 따라 숲을 헤치며 물가로 가서 막내를 불렀습니다. "막내야. 막내야."


누가 봐도 이제는 의젓하고 멋있는 고니가 된 막내는 보고 싶었던 베드로 아저씨네 고양이들을 보자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언니, 오빠!" 막내는 소리치며 달려가 큰 날개를 펼쳐 두 고양이를 쓸어안았습니다.


"쳇. 어째서 내가 네 오빠냐?" 무뚝뚝한 수고양이 나리는 막내의 날개를 밀쳐내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암고양이 마리는 막내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습니다.


"막내야. 이제는 네가 저 하늘을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날아올라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조금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물살을 박차고 날아올라야 하는 것은 너의 몫이란다. "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은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는 것처럼 신비로운 이야기였습니다. 막내는 마리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슬픔과 기쁨으로 감정이 벅차올랐습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를 지켜주고 도와준 마리를 믿고 있었으므로 마리가 하는 모든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막내야. 자기가 누구인지를 깨닫는 그 순간은 충격적이고 때론 믿을 수 없을 때도 있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자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만큼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도 드물지. 왜냐하면 약함도 부족함도 자기의 것이니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은 쉽게 포기할 수도 있어. 누구나. 현재의 자기를 뛰어넘는 일은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는 네 안의 진짜 너를 바라봐야 할 때가 되었단다." 마리는 해가 지는 호수의 언덕에 앉아 막내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쳇. 그냥. 넘어지고 자빠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하고 말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어렵게 말해. 막내야. 지금부터 저기 저 새들처럼 나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해가 지고 있지만, 옛말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나리가 말을 끝내자마자 다른 고니들이 어떻게 나는지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막내야. 우리는 하늘을 날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알았단다. 그것은 '너도 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해.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칠십 프로는 이루어낸 거야." 마리가 막내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었습니다.


"막내야. 자자. 나를 봐. 이렇게 해봐. 우선 날개를 펄럭 펄럭. 이렇게." 수고양이 나리가 두 발로 서서 앞 발로 새들의 날갯짓을 흉내 내었습니다. 진지하게. 하지만 우수광스러웠습니다. 마리와 막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웃지 마. 나는 무척 진지하다고. 막내야. 그리고 날개를 펄럭이는 행동과 동시에 이렇게 두 다리로 물을 박차는 거야. 자 이렇게. 이렇게." 오랜만에 수고양이 나리의 진지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와 막내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함께 있다는 것이 든든했습니다. 막내는 왠지 수고양이 나리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시간. 막내는 밤새도록 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저 높은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습니다. 잠깐 쉴 때는 다른 고니들이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 보고 그들의 흉내를 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호수 위를 붉게 물이며 떠오르고 있을 때, 막내는 다른 고니들과 함께 힘차게 물을 박차며 날아올랐습니다. 밤새도록 연습한 탓에 지친 몸이었지만, 왠지 다른 고니들과 함께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태양처럼 힘이 솟아났습니다.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매일 올려다보기만 했던 하늘을 향해 두 날개를 펼치고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막내는 힘이 났습니다. "끼룩. 끼룩. 으라차차. 으라차차."


막내의 비상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마리와 나리는 소리쳤습니다.

"그래! 막내야. 힘을 내! 날개를 힘껏 펴고 날아 올라. 땅을 박차고 하늘 위로."

"너무 멋있다. 우리 막내."

마리와 나리는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다른 고니들과 함께 힘차게 하늘을 가르는 막내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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