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일곱 공주들의 이야기 4
막내 아리엘 공주의 사랑
다음날 아침. 남쪽은 바다와 맞닿아 있고 북쪽은 포도나무와 소나무 숲으로 둘러 쌓인 아름다운 성 애틀랜타. 그곳에 백성들에게 알리는 글이 붙었습니다.
"어젯밤에 왕자님을 구해준 소녀를 찾습니다. 왕자님께서 그 소녀와 결혼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글은 곧 이웃나라에도 퍼져나갔고 갈매기 스콧은 아리엘 공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공주는 스콧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미리암은 진실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이라고 하셨어. 오늘은 내가 그 사랑을 실천할 때야.'
"플라운더 나를 마녀가 사는 지하실로 안내해줘. 마녀를 만나야겠어."
"공주님 하지만 인간을 만나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마녀를 만나시는 것도 트리톤 임금님께서 금지하셨는데..." 플라운더가 망설이며 말했습니다.
"오늘을 내가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실천할 때 같아. 그곳이 어디인지 가르쳐줘." 아리엘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애틀랜타 성에서 시작된 소문은 이미 마녀 헤로디아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마녀는 갈치들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중으로 일곱 공주들 중에서 한 명이 찾아올 것이다. 기다리고 있다가 내게로 데려오너라. 흐흐흐. 내가 잘 대접해줘야겠다." 갈치들은 마녀의 꿍꿍이 속을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큰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마녀와 함께 음흉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마녀의 말대로 막내 공주 아리엘이 플라운더를 앞세워 마녀의 소굴로 찾아왔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갈치들은 아리엘을 곧장 마녀에게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 너는 안돼. 들어갈 수 없어. 마녀님은 공주님만 들여보내라 하셨거든." 갈치들은 플라운더를 막았습니다. 그러면서 갈치 한 마리가 공주를 마녀에게 데리고 가는 사이 다른 한 마리는 플라운더를 날카로운 이빨로 공격했습니다. 플라운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갈치의 공격을 피해 이 위급한 소식을 소피아 공주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포와 무서움으로 떨고 있는 아리엘을 본 마녀는 다짜고짜 손을 내밀며 조개껍질 속에 든 검은색 알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흐흐흐. 네가 내게 온 이유는 이 약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때 이게 필요하지?"
음산한 분위기에 질식될 것만 같은 아리엘은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렇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지? 네 언니 미카엘라에게는 공짜로 주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매우 달라졌단다. 마법의 먹물로 만든 이 약은 지난번 약과 다르단다.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지. 하지만 딱 한 알 뿐이라서... 그만한 대가를 받아야겠거든. 어때? 대가를 치르겠느냐? 귀여운 꼬맹아."
마녀가 말할 때마다 마녀의 입에서는 검은 액체가 나왔습니다. 그 액체는 아리엘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고 아리엘의 몸을 서서히 마취시켰습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겁에 질린 아리엘은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흐흐흐. 그래... 잘 생각했구나. 그럼 이 알약을 가지고 가거라. 그 대신 네 아름다운 목소리는 내가 가져가마." 마녀는 아리엘의 얼굴에 자기의 큰 얼굴을 들이밀었습니다. 순간 놀란 아리엘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마녀의 얼굴을 피했습니다. 아리엘은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성난 마녀가 "왜. 알약을 가져가기 싫은 것이냐? 아니면 목소리를 내놓기 싫은 것이냐?"라고 하며 큰 소리로 윽박질렀습니다.
아리엘은 그만 굵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마녀를 만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온 아리엘이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영영 잃게 된다고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아리엘은 떨리는 손으로 마녀의 손에 있는 조개껍질을 잡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마녀가 그 손을 움켜쥐며 말했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주마. 이것을 네가 선택하는 순간 너의 목소리는 내 것이 된다. 후회하지 않겠느냐?"
아리엘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녀는 마녀의 소굴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웃으며 아리엘의 작은 손에 마법의 알약이 들어있는 조개껍질을 쥐어주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너의 목소리는 내 것이다."
마녀는 아리엘의 얼굴보다 세 배는 더 큰 심술궂은 얼굴을 아리엘에게 들이대며 아리엘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목소리를 빼앗아갔습니다. 아리엘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아참! 내가 잊은 게 있구나. 가장 중요한 건데. 알약을 삼킨 후, 삼일 안에 사랑하는 사람한테서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어야 약효가 영원히 지속된단다. 그렇지 않으면 나와 계약을 맺은 아리엘 공주 너는 영원히 바닷속의 물거품이 된다. 하하하하." 마녀의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아리엘은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아리엘 괜찮니? 정신이 좀 드니?" 아리엘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여섯 언니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리엘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아리엘.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플라운더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네가 위험하다고 해서 우리 모두 지하실에 내려갔었단다. 그때 너는 지하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어." 소피아 공주가 아리엘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말했습니다.
정신을 차린 아리엘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을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작은 조개껍질이 있었습니다. 아리엘은 안도의 한 숨을 쉬며 언니들 중에서 미카엘라 언니를 눈으로 찾았습니다.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아리엘은 미카엘라 언니에게 밝고 행복한 미소로 마법의 알약이 든 조개껍질을 건네주었습니다.
공주들은 그 조개껍질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지만, 아리엘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바꿨다는 것은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미카엘라 공주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 아리엘은 영원히 바닷속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