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수사님. 수사님. 여기 보세요. 게들이 제 손을 물고는 도망가서 돌 틈으로 숨었어요." 시냇가에서 게를 잡으려던 꼬마 수사가 물린 손을 호호 불며 말했습니다.
"허허허. 게들도 네가 무서우니까 그랬을 거야..." 할아버지 수사님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단지 게랑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럴 땐 먼저 말해줘야 해. 얘들아 나하고 놀자 하고 말이야." 뾰롱퉁해진 꼬마 수사를 다독이며 할아버지 수사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냇가에 사는 게들도 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요?" 꼬마 수사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습니다.
"음...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네 마음을 느낄 수는 있단다. 네 마음이 그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면 화를 내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지."
"그럼. 물고기들도 제 마음을 느낄 수 있나요?" 꼬마 수사는 더 많은 게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고 말고. 물고기들도 서로 사랑하고 사랑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할 줄도 안단다." 할아버지 수사가 꼬마 수사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말했습니다.
"가시고기의 사랑을 이야기해줄까?"
"네... 물고기는 어떤 사랑을 하는지 무척 궁금해요." 꼬마 수사가 말했습니다.
"아빠 가시고기는 세상에서 부성애가 가장 강한 민물고기로 누구나 인정하는데. 녀석은 주둥이로 구덩이를 만들고 수초 가닥을 물어와서 약 4시간 동안 둥지를 짓고, 그 후에 암컷을 둥지로 데려와 산란을 한단다.
산란이 끝나면 암컷은 곧장 둥지를 떠나고 수컷은 그 순간부터 먹이사냥도 중단한 채, 단 한순간도 둥지 곁을 벗어나지 않는단다."
"네! 단 한순간도?" 꼬마 수사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빠 물고기가 되면서부터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지."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알 냄새를 막기 위해서 수풀과 돌들로 방어막을 쳐야 하고, 수천 개나 되는 알들을 일일이 뒤집어주고 신선한 바람을 쏘여주어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 꼬리지느러미로 끊이지 않고 부채질을 하고 또, 동시에 알을 훔치러 온 적이 침범할 때는 등가시를 세워 알을 훔쳐가지 못하게 해야 하지."
"지극정성이네요."
"아빠 가시고기는 먹지도 못하고 잠을 자지도 않고 그런 일을 되풀이하는데. 그렇게 사흘이 지나면 부화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아빠 가시고기는 더욱 바빠지지. 사흘 동안 계속해서 해 오던 일에서 서너 가지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입으로 알을 건드려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도와줘야 하고 또 먼저 깨어난 새끼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란다."
"불쌍한 아빠 가시고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잖아요." 꼬마 수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늦게 깨어나는 새끼들이 있기 때문에 꼬리지느러미로 하는 부채질은 잠시도 멈출 수가 없고 잠들거나 쉴 수가 없단다. 알이 하나 둘, 부화할 때, 야간 경계는 더욱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몸이 망가질 텐데. 그래도 괜찮나요?"
"가시고기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서 녹갈색이던 몸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지느러미도 갈라져서 더 이상 물에 뜰 수조차 없게 되고 주둥이는 이미 헐어 흉해졌고 움직임도 갈수록 굼떠지게 되는데."
"며칠 동안이나 그런 일을 해야 하나요? 아빠 가시고기가 너무 불쌍해요."
"무려 15일 동안 그렇게 하는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은 탓에 아빠 가시고기의 스트레스는 최대치에 달한다고 하지. 그러면 이제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아빠 가시고기는 편하게 죽을 수가 없데..."
"헉! 또 해야 할 일이 남았나요? 너무 안쓰러워요."
"허허허. 그렇지. 하지만 아빠 가시고기는 남겨진 새끼들을 위해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온 순간,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새끼들이 모여있는 둥지 쪽으로 다가간단다. 마지막 순간에 배고픈 새끼들을 위해 자기의 몸을 내어주고 숨을 거두게 되는데, 아빠 가시고기는 새끼들을 위해 최후의 만찬을 준비한 것이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꼬마 수사가 말이 없었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가시고기가 숨을 거두며 남긴 최후의 만찬. 가장 화려하면서도 장엄하고 숭고한 만찬이지?"
"그런데 엄마는 왜 그렇게 빨리 둥지를 떠났나요? 할 일도 많은데..." 꼬마 수사가 울먹이며 간신히 말을 이었습니다.
"슬픈 이야기인데... 불행하게도 엄마 가시고기도 앞으로 부화될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죽으러 갔단다... 천적들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한 약자의 선택이지. 천적들이 알을 낳은 곳을 찾지 못하도록 엄마 가시고기는 알을 낳자마자 최대한 빨리 최대한 먼 거리에서 죽음을 맞는단다.
"알을 낳고 거기에 있으면 안 되나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꼬마 수사가 물었습니다.
"알을 낳고 그 자리에 머물거나 또는 둥지 주변에 있게 되면 알을 낳을 때 몸에서 분비된 냄새를 맡고 다른 물고기들이 알을 먹으려 몰려오기 때문이지."
"남겨진 남편과 새끼들을 위한 엄마 가시고기의 마지막 선택이지. 그렇게 있는 힘을 다해 둥지에서 멀어진 엄마 가시고기는 기진맥진해서 결국 천적들에게 잡아 먹히게 된단다."
"십자가의 사랑을 가시고기한테 배우게 되네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말이에요."
꼬마 수사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할아버지 수사님과 함께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봤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5.)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