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브, 하얀 눈이 하늘에서 펑펑 내렸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가족과 함께 기쁜 성탄을 보내기 위해서 미끄러운 길을 총총 걸으며 집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소녀를 '소라'라고 불렀습니다.
한 겨울인데도 구멍이 숭숭 뚫린 여름옷을 입고 다 떨어진 슬리퍼를 신고 있는 소라는 성냥 팔이였습니다. 소라가 엄마와 함께 성탄절을 보내려면 성냥을 팔아야 했는데, 밤이 다 되도록 하나도 팔지 못했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하나만 사주세요." 하지만 하루 종일 추위에 시달리고 한 끼도 먹지 못한 가난한 소라에게 성냥을 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소라는 한 허름한 성당 벽에 신문지 한 장을 깔고 앉아 언발과 시린 손을 입김으로 불어가며 녹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 외쳤습니다.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
그때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심술궂은 한 사내아이가 팔려고 바닥에 놓은 소라의 성냥을 발로 툭 걷어차며 말했습니다. "거지 성냥팔이야. 저리 꺼져. 여기는 내 구역이야. 얼른 꺼지라고."
"발이 얼어서 움직일 수가 없어. 잠깐만 있다가 발이 녹으면 갈게." 소라가 울면서 말하자 사내아이는 자리세라면서 성냥 한 갑을 들고 가버렸습니다.
이 모습을 엄마와 함께 길을 가던 한 소녀가 보았습니다. 소녀는 부유해 보이는 자기 엄마에게 성냥 한 갑 팔아주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소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습니다.
"안돼요. 엄마가 지저분한 물건은 만지지도 말고 사지도 말라고 했지. 못 본 척하고 그냥 지나가자."
얼마 후, 또 다른 가족이 소라의 곁을 지나갔습니다. 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미끄러운 길을 조심히 걸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오늘 밤에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는 거 맞죠?"
"그럼. 착한 아이들이 사는 집에는 꼭 오셔서 선물을 주고 가신단다."
"아빠! 저는요. 예쁜 인형을 선물로 받고 싶어요."
"산타 할아버지도 우리 예쁜 공주님의 소원을 꼭 들어주실 거야. 기다려보자."
"야호! 신나다.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행복해 보이는 가족을 바라보던 성냥 팔이 소녀 소라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 병으로 누워 계신 엄마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소라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빵 한 조각 살 돈이 없었습니다. 차디 찬 방에 누워 계시는 엄마에게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성냥 한 갑 사주세요." 기다리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서 소라는 있는 힘을 내어 말했습니다.
"아가... 밥은 먹었니?" 성당에서 기도하고 나오시던 꼬부랑 할머니가 소녀를 측은 하게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소라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쯪쯪... 불쌍한 것. 이거라도 먹거라."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반쪽 남은 빵을 성냥 팔이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소라는 먹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집에 계신 엄마에게 드릴 생각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 같았습니다.
"야옹... 야옹." 소라가 집에 가려고 일어설 때, 길 잃은 고양이가 소라에게 다가왔습니다. 빵 냄새를 맡고 온 것이었습니다.
"너도 배가 많이 고프구나. 하지만 안돼. 이거는 우리 엄마 꺼야." 하지만 배가 고픈 고양이는 소녀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래. 그럼. 쪼금만 나누어줄게." 소라는 빵을 조금 떼어 길 잃은 고양이에게 주었습니다.
"컹컹. 컹컹!" 지나가던 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개가 소라가 있는 곳을 향해 짖었습니다. 개가 짖자 차가 멈추었습니다. 차에서는 소라와 같은 또래의 한 소녀가 내렸습니다.
"마리야! 마리야..." 차에서 내린 소녀가 이름을 부르자 소라의 품에 안겨있던 고양이가 그 소녀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동안 어디에 갔었니. 누나가 얼마나 찾았는데..."
차에서 내린 소녀의 어머니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얘야. 네가 마리를 돌봐주고 있었구나. 아줌마랑 함께 아줌마네 집에 가자. 아줌마가 보답을 해주고 싶구나. 옷도 겨울 옷이 아니구나. 우리 딸애들이 입던 옷이 아주 많단다."
소라는 따라가고 싶었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엄마가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엄마도 함께 초대를 해야겠구나. 엄마와 함께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성탄절을 축하하자. 그럼 되겠지."
소라는 꿈을 꾸는 듯 온몸이 따뜻해졌습니다. 하얀 눈이 소라의 머리 위에 소복이 쌓이고 있었지만, 행복한 꿈을 꾸는 소라는 추운 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