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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Aug 09. 2023

나는 '나'를 만나러 갔다

그리고 다시 첫날- 선택과 책임 사이

창녕함안보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



시작했다면 충분하다고 여겨질 때까지

희망과 감사와 동행하며

잠시 멈춰 설 때는 있어도

포기나 후회와 이야기하지 않으리

나는 어제까지 경주한 적 없으니

내일도 나의 여행은

즐겁고 끝이 없으리라




다가올 시련을 바라보며


태풍 카눈의 걸음이 느리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마산 창동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여유가 있다.

고난과 시련의 때가 오기 전까지

누구에게나 커피 한 잔을 맛있게 마실 자유는 있다.

아직 슬픔과 절망은 도착하지 않았고,

인생의 쓴 맛을 내는 걱정이나 두려움을 느끼기에는 조금의 여유가 있다.

아직은 그 누구도 이 커피의 낭만을 빼앗을 수 없다.




7월 28일(금) 저녁. 가벼운 여행봇짐

그날 저녁이 왔다. 그날,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았던 그날에도 나는 걱정이 없다. 무사태평한 성격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고생을 각오한 터여서 그랬을까. 애써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준비는 여행봇짐에 준비하지 않으려 한다. 더욱이 한 주간 내내 구름 한 점 없는 날들이 될 것 같다는 기상청의 예보는 여행길에 오르는 마음을 가볍게 했다. 여행봇짐은 어제 다 점검했다. 나서면 된다. 그런데 서두르는 마음과 다독이는 마음, 설렘과 조심스러움이 마음과 이성 사이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한다. 한 번 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 않도록 생각해 놓고, 준비해 놓았지만 미처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다시 여행 보따리를 확인한다.


포기 vs 계획 변경

정확히 6시에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 벌써 13분이나 떠나는 걸음은 지채 되고 있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자만 특권이다. 모든 선택과 결정을 나 혼자해야 한다. 이 여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 끝도 내가 정한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다. 아니 혼자인 내게 포기라는 말은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다. 목적지도 일주일간의 계획도 내가 세웠으니 언제든 다른 계획으로 되돌리거나 다른 여행으로 새롭게 변경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 혼자 하는 이번 여행에는 포기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7월 28일(금) 저녁 6시 15분 마리오를 태운 자전거는 마산 가톨릭문화원에서 출발했다. 창녕함안보까지 24.5km. 해가 막 떨어지고 창녕함안보에 도착한 나는 다시 한숨 돌리자마자 (진주, 의령, 대구를 연결하는 적포교) '적교 삼거리'까지 약 45km를 낙동강 줄기 따라 달렸다.  



[참조: 낙동강 물길 따라 창녕 적포교(적교) 생태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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