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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Aug 11. 2023

소금단지

양자의 세계와 성령


구약과 신약은 하느님의 말씀이면서도 동시에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이 좀 더 인간의 역사와 구원에 가까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다가왔음을 증언하고 기록한 말씀이 신약이다.


이런 현상은 물리학에서도 다르지 않다. 고전 물리학과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눈에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 즉 연구 대상의 차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면 고전 물리학이 거시 세계, 즉 눈에 보이는 현상과 사물을 연구했다고 한다면 현대 물리학은 미시 세계나 양자 세계, 혹은 전자기장이나 그 파동과 같은 우주의 본질적인 힘(에너지)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다시 말해서 신학처럼 물리학의 연구도 거시 세계를 이루는 근본적인 것들로부터 더 근원적이고 원천적인 세계로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모습니다. 예컨대 인간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빛이나 산소를 포함한 물질들의 원자나 전자들의 입자와 파동, 또는 그 힘에 대한 전기나 그 밖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학자들은 우주의 힘을 크게 네 가지 기본적인 상호작용으로 설명하게 된다.


1. 중력: 물체 간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물체들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나타내는데, 이는 행성, 별, 은하계 등 대규모 물체들의 움직임과 구조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2. 전자기력: 이는 전하를 가진 입자들 간에 작용하는 힘으로 전자기력은 원자, 분자, 원자핵 등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3. 강력: 원자핵 내의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원자핵의 안정성과 핵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힘이다.


4. 약력: 서로 다른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약한 힘으로 방사능과 같은 일부 핵반응 현상을 설명하며 입자의 변환과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네 가지 기본적인 힘들은 물리학이나 과학이 우주의 구조와 역동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신학은 여기에 한 가지 더 다른 힘을 연구한다. 물리학보다 더 근원적인고 본질적인 힘을 연구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우주의 네 가지 힘보다 가장 큰 힘 창조주의 힘(에너지)이 그것이다.


5. 신력: 신앙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신과 피조물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모든 자연 현상과 초자연 현상들 사이에서 상호침투작용한다.



살다 보면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인간이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로는 정신적, 물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불평등, 환경적인 요인 등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인간에게는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나 시간의 제약과 같은 전 우주적인 극단적인 문제들도 있다. 생. 노. 병. 사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성장하는 생명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죽었다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이 있고 성령께서는 이 모든 일들을 우리와 함께 일구어가신다.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하느님과 이웃과 우주는 하나다.



오늘은 성녀 클라라 축일이다. 성녀 클라라(St. Clare of Assisi)는 이탈리아의 아씨시(Assisi)에 태어난 성인으로, ‘거룩한 단순성과 겸손과 가난’, 그것들은 성녀 클라라(Clara: 총명하다, 맑다, 빛나다; 1194~1253)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시도 다름없이 실천했던 덕목들이었다.


클라라는 성 프란치스코의 열정적이고 기쁨에 찬 설교를 직접 듣고 난 후 그 형제들의 생활을 보면서, 그러한 복음적 생활에 대한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1212년, 18살 때의 성지주일 밤, 가족들이 곤하게 잠든 사이에 집을 나서 프란치스코를 찾아가 그의 첫 여성 동료가 된다.


그녀는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 of Assisi)와 함께 아씨시에서 수도원을 창립하여 가난하고 순수한 삶을 사는 수녀회를 설립한다.


“성 프란치스코께서 우리가 그리스도께로 회개하기 시작할 때부터 가르쳐 주신 것과 같이 자매들은 거룩한 단순성과 겸손과 가난의 길을 따르며 또한 값지고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항상 노력하십시오. 이렇게 살아감으로써 자매들은 우리 공로가 아니라 온전히 자비의 아버지 자체이시고 선물을 베풀어주시는 그분의 자비와 은총으로써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언제나 좋은 명성의 향기를 풍기게 될 것입니다.”(성녀 클라라의 유언 중에서)




1240년 클라라는 자매수녀들에게 한 차례의 기적과도 같은 일을 보여주게 된다.


아시시에 사라센의 대군이 쳐들어왔고, 아시시의 시민들과 수도회의 가족들은 커다란 위기에 놓이게 된다. 마침내 짐승 같은 사라센인들은 수도회의 봉쇄구역까지 쇄도한다.


이에 클라라는 깊은 병으로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었지만 성체께 의탁해 기도한다. 기도를 마치고 몸을 일으킨 클라라는 성광(聖光)의 빛으로 칼과 창을 든 짐승 같은 사라센인들을 물리친다.


그 밖에도 클라라는 오로지 복음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작은 빵 하나로 50여 명의 수녀들이 먹기에 충분할 만큼 불어나게 했고, 많은 환자들의 병을 치유했다. 더욱이 1252년에는 병석을 떠나지 않고도 2㎞나 떨어진 성당에서 거행된 성탄 미사에 참례하는 기적을 보여준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8년 클라라 성녀를 텔레비전과 방송매체, 언론인들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한다.



양자역학에서는 동시에 입자와 파동으로 존재하는  입자들의 이중성과 시간과 공간의 초월하여 존재하는 중첩이나 얽힘 현상을 연구한다. 신학도 마찬가지다. 현존자이신 하느님의 섭리와 다스리심, 신성과 인간성을 동시에 연구한다. 그리고 신학자들보다 하느님의 존재를 앞서 증언한 성인들의 통공이 있다.


오늘 하루도 거시 세계에 묶여 있기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힘의 세계, 보이지 않지만 섭리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 나라의 삶을 지향할 수 있으면, 무겁고 힘겨운 여름날이지만 어제보다 좀 더 가볍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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