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동길 Sep 28. 2023

나의 신앙유산답사기

명례 성지


spiritual beings - Teilhard de Chardin,

We are not human beings having a spiritual experience; we are spiritual beings having a human experience


영적 존재 -떼야르 드 샤르뎅

“우리는 영적 체험을 하고 있는 육체적 존재가 아니라; 육체적 체험을 하고 있는 영적 존재입니다.“




영원한 시간, 그리고 아주 잠깐 인생 체험(여행) 중에 있는 나. 이 짧은 여행 중에 하느님과 나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준비한다면 무엇이 될까? 고민 중에 신앙선조들이 남기고 간 유산을 찾아보고 가슴에 새기기로 했다. 순례지를 찾아가는 동안 함께 할  동행자이자 안내자는 당연히 하느님과 성모님, 그리고 순교 성인들이다. 이정표로 삼은 책은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 위원회에서 발간한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이다. 앞으로 찾고 디여야할 성지는 52곳, 순교 사적지는 69곳, 순례지는 46곳이다. 3년이 걸릴지 10년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영원히 디뎌보지 못하고 남겨질 곳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뜻과 의지로 서두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묵상하며 찾아가리라 다짐한다.  


남은 인생 체험의 목적지를 순례 성지로 정하고 나서 처음으로 찾아간 성지는 ‘명례 성지’였다. 지난여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처음으로 찾은 곳도 명례 성지였다. 그러고 보니 명례 성지는 내가 큰 일을 앞두고 찾는 곳이자 여행길의 첫걸음을 떼는 시작지점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순례를 떠나면서 바치는 기도’를 바친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에 주님의 축복을 받는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축복과 자비의 하느님을. 그분은 약속의 땅을 향해 떠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그러하셨듯, 친척 엘리사벳을 돕기 위해 길을 나선 겸손과 순명의 여인 마리아에게 그러하셨듯이 ‘순례의 길을 떠나고자 기도하고 있는 나를 이끌어 주실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동반자이신 예수께서는 언제나 그렇듯 나와 함께 이 길을 동행하실 것이다. 지혜의 성령께서는 한국의 성인들께서 지켜내신 신앙유산의 신비를 깨닫게 하시리라. 나는 믿는다.    



마산교구 첫 본당이자 복자 신석복 마르코의 고향

“나를 위해 한 푼도 포졸들에게 주지 마라.“
“풀어준다 해도 다시 천주교를 봉행할 것이다.”




마치 울창한 숲 속에 묻힌 것 같은 곳. 침묵 속에서 신석복 마르코의 ‘로사리오 기도’ 소리에 끌려 언덕을 오른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낙동강이다. 명례 성지를 품고 휘돌아가는 강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강물이 가까이 있었을 것이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소금행상을 하던 마르코 순교자의 그림자가 언덕 아래 어디쯤에서 어른거리는 것 같다. 그가 포졸들에게 잡혀 갈 때 나이가 38세였다고 한다.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순교를 각오하기까지 그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 이 땅은 많은 소금이 아니라 녹는 소금을 요구합니다.”(이제민 에드워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무도 찾지 않던 곳. 소를 키우던 축사였던 자리를 거룩한 성지로 바꾸어 놓은 이제민 신부님의 말씀이 가을 햇살처럼 따갑게 내 가슴에 박힌다. “처음부터 성지인 곳이 없듯이 처음부터 거룩한 사람도 없습니다. 주님과 만남으로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내 삶에 주님을 품고 살아간다면 내가 가는 곳이 성지가 되고 내가 하는 행동이 하느님의 일이 됩니다.”(최진우 아드리아노) 추석이 내일인데 성지지기 최진우 신부가 잔디를 깎는 기계를 끌고 언덕을 오른다. 밀짚 모자를 눌러썼지만 햇살에 그을린 건강한 영혼의 밝은 미소는 감출 수 없다.  지난여름에도 그는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고 있었다. 성지에서 녹고 있는 그는 언제나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하느님이 보시기에도 그는 물들어가는 가랑잎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리라.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내가 하느님의 자비에 힘입어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로마 12,1)

월간 디자인 명례 성지편에서 https://mdesign.designhouse.co.kr/article/article_view/102/79360?per_page=5&sch
밖에서 안으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빛이 하느님의 축복처럼 느껴진다
복음의 빛이 된 사도들처럼, 소금 알갱이를 형상한 조형물 하나하나가 아래 성당으로 빛을 내려보내고 있다.


명례성지

http://cathms.kr/mr


 주소 : 경상남도 밀양시 하남읍 명례안길 44-3

 전화 : 055) 391-1205

 팩스 : 055) 391-1204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myungrye



작가의 이전글 소금단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